국정원에 무슨 일이…인사갈등 핵심은 文정부 때 간부 ‘배제냐, 기용이냐’

입력 2023-11-27 17:32 수정 2023-11-27 17:53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과 권춘택 전 1차장을 전격 경질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인사 문제를 둘러싼 김 전 원장과 권 전 차장 간의 계속된 충돌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문재인정부 당시 국정원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간부들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배제할 것인가, 계속 기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두 사람 간 갈등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출신(김 전 원장)과 국정원 공채 출신(권 차장)이 끝내 화합하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 옷을 벗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의 정상화’를 내걸고 문재인정부 요직에 있던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직무배제·대기발령 등 조치를 단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권 전 차장은 대북·해외 전문가들을 전 정부에서 잘 나갔다는 이유로 잘라 내는 것은 국정원의 손실이며 정치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김 전 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씨다.

A씨는 김 전 원장의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문재인정부 때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주요 업무 배제를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27일 “A씨가 문재인정부 때 중용됐던 국정원 간부사들의 이념 성향에 대해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 인사 잡음은 윤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이후 인수위 때부터 불거졌다고 한다.

인수위에 파견됐던 일부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정부 때 핵심 요직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원대 복귀’했다는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6월엔 ‘1급 보직국장’ 27명을 정보교육원으로 대기발령했고 같은 해 9월 이들을 면직 처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국가정보원직원법상 국정원 직원은 의사에 반해 강임·휴직·면직되지 않지만, 1급 직원은 예외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는 “김 원장에게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 등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차장은 김 전 원장의 인적쇄신에 가장 앞장서 반대했다고 한다.

난해 10월에는 조상준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사의를 표명해 인사갈등설이 불거졌다.

이때에도 김 전 원장과 A씨가 같은 편이고, 권 전 차장과 조 전 실장이 한 편이 돼 충돌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지난 6월 인사 직후에도 A씨가 인사에 관여했다는 말이 퍼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 차례 재가했던 인사안을 취소하고 A씨를 면직 처분하는 초강수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국정원 내부 감찰 문제를 놓고 김 전 원장과 권 전 차장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누구 편도 들 수 없다고 판단하고 두 사람 모두 경질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