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에 팔렸다 돼 사 온 송악산, ‘제주 명소’로 키운다

입력 2023-11-27 13:14 수정 2023-11-27 13:17
높이 104m의 송악산은 단성화산(單性火山)이면서 꼭대기에 2중 분화구가 있다. 송악산 둘레길.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중국계 기업에 팔렸던 송악산 사유지를 공공부지로 매입하면서 일대를 서부지역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한 구상 작업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있는 송악산 일대의 자연과 역사 자원을 연계해 관광 명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마라해양도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용역’을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내달 8일 착수보고회를 시작으로 내년 11월까지 추진한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환경, 관광 등 도내 12개 관련 부서와 유관 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계획 수립 전담팀을 구성했다.

송악산은 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바닷속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수성화산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적은 이중 분화구로 이뤄져 지질학적 가치가 높고, 부속섬인 가파도·마라도와도 가깝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전쟁 전초기지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진지동굴이 능선을 따라 60여개나 된다. 당시 군용 비행장으로 건설된 알뜨르비행장도 가까이 위치했다.

도는 이번 용역에서 송악산 일대의 생태·자연 자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보전이 필요한 부분은 도립공원으로 확대 지정해 별도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더불어 주민 소득사업을 발굴하고, 도민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서부지역 대표 명소로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중국계 기업 신해원유한회사가 소유한 송악산 일대 부지 총40만748㎡에 대한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35억원을 투입하고 2025년까지 매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감정평가액은 583억원으로 책정됐다.

송악산 일대는 1995년 유원지로 지정됐다. 남제주리조트개발주식회사가 최초로 개발사업 승인을 받았으나 자금난 등을 이유로 추진이 불발됐다.

이후 신해원이 2013년부터 해당 부지를 190억원에 사들였다. 전체 부지 중 절반 가량인 19만1950㎡에 호텔·캠핑장·조각공원 등을 조성하는 뉴오션타운사업을 추진했으나, 2020년 제주도의회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부결 등을 거치며 사업은 무산됐다.

제주도는 난개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7월 송악산 일대를 개발행위 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신해원은 제주도를 상대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제주도가 사업 부지를 모두 매입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마무리됐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이번 용역은 송악산 일대의 보전적 가치를 확대해 도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주변 알뜨르비행장까지 연계해 활용,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