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꿈꾸던 15세 소녀, 장기 기증 5명 살리고 떠나…뒤늦게 알려져

입력 2023-11-27 10:12 수정 2023-11-27 10:14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가족 제공

대학교수를 꿈꾸던 10대 소녀가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이른 생을 마감한 사실이 1년여가 지난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지난해 딸을 잃은 가족은 황망한 상황 속에서 이런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근 장기 기증 소식이 자주 전해지며 숭고한 결정을 한 자신의 딸도 세상에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알리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이예원(15)양은 지난해 5월 11일 분당차병원에서 뇌사 장기 기증으로 심장, 폐, 간, 신장(좌·우)을 기증해 중증 질환자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양은 지난해 4월 26일 집에서 저녁 식사 전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해 긴급히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일주일 후 의료진은 몸의 여러 군데가 안 좋아지고 있으며 곧 심장도 멎을 수 있다고 했다.
가족들은 평소의 예원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했고, 남을 배려하고 돕기를 좋아한 이 양이라면 기증했을 거로 생각했다. 또한 세상에 뜻깊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했다.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 양은 밝고 쾌활하고,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는 예의바른 아이였다. 초등학교부터 반장을 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반에서 부회장을 하며 지도력을 키웠고, 중학교 2학년 첫 시험에는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똑똑하고 운동도 잘해서 다양한 분야에 재주가 많았다.

이 양은 어릴 적부터 늘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 가르치는 직업을 원해 대학교수를 꿈꾸며 실현을 위해 늘 노력했다고 한다.

이 양의 학교에서는 중학교 3학년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떠난 이 양에게 올해 1월 명예졸업장과 모범상을 수여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예원아 매일 그립고 보고싶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이준재씨는 “하늘나라 편지에 매일같이 편지로 딸에게 일상을 전하며 그리워하고 있다. 예원이에게 새 생명을 얻은 분들이 건강하게 예원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 양의 동생은 언니가 병원에 있는 동안 다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언니가 좋아했던 것들을 그려주기도 했고,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4컷 만화를 그리며 이별을 준비했다고 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더 했다.

문인성 KODA 원장은 “즐겁고 행복해야 할 어린 아이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기증에 동의해 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