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다 갭투자…” ‘대전 전세사기 일당’ 결국 징역형

입력 2023-11-27 06:20 수정 2023-11-27 10:30
대전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와 100여명의 피해자들이 지난 24일 오후 대전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에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수십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4단독 황재호 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브로커 A씨(42)와 폭력조직원 B씨(45)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함께 구속 기소된 사채업자 C씨(50)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D씨(41)에게도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황 판사는 “A씨는 부동산 매매중개인 역할만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공범들에게 전세사기 방법도 알려주고 범행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전세보증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처음부터 월세가 아닌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자가 많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열렸던 공판준비기일에 A씨는 “당시 부동산 상승 국면이어서 다들 갭투자를 했고, 1억∼3억원만 있으면 15억원이 넘는 다가구주택을 매수할 수 있었다. 그때는 전세사기가 공론화되기 전이었다”며 “다른 피고인이 건물 매매계약을 부탁해서 중개인으로서 중개한 것뿐 사기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었다.

이들은 2018년 12월 알코올 중독자(2020년 3월 질병으로 사망) 명의로 다가구주택을 사들인 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이른바 ‘깡통전세’로 임대하는 수법으로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세입자 15명에게 보증금 13억6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9년 3월과 7월에는 D씨 명의로 속칭 ‘무자본 갭투자’(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식)로 대학가 인근 다가구주택 2채를 인수하고 임대보증금 27억4000만원 등을 포함해 지난해 5월까지 임차인 47명으로부터 4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매입한 세 채의 다가구주택은 모두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실제 매매가격보다 높아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깡통전세 매물이었다. 이들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무자격자를 매수자로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였다.

주 타깃층은 사회 경험이 적은 20, 30대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선순위 보증금이 실제보다 적어 충분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속여 대부분 전세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세입자들에게 받은 보증금은 도박자금과 주식 투자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