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수급 원활’ 자신했지만…또 ‘수소 충전’ 대란

입력 2023-11-26 18:28
최근 중부 지역의 일부 수소충전소에서 수소 공급 문제가 발생해 수소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가운데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수소충전소에서 차량들이 수소 충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현대제철의 수소 생산설비 일부가 고장 나면서 수도권 등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수소 충전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충전소에선 차량이 수소 충전을 위해 3~4시간을 기다리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수급 안정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소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운영하는 수소 생산설비 3개 중 2개에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제철이 만드는 수송용 수소는 매년 약 3500t 규모로, 수도권 등 중부지역 수요의 20∼30%를 공급한다. 해외 부품 공수 시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다음 달은 돼야 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공급 물량이 줄면서 당진 제철소에서 수소를 공급받아 온 충전소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서울·경기·인천 12곳, 대전·충청·세종 9곳, 강원 2곳 등 23곳의 수소충전소가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업소는 통상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했지만 지난 21일부터 오후 5시 또는 7시로 영업 종료 시각을 조정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26일 인천공항 T1 수소충전소와 용인 에버랜드 수소충전소를 방문해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지난 24일에도 긴급회의를 열고 수급 원활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추가 물량 확보를 통해 다음 주부터 수급 상황이 서서히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수급 차질은 지난 6월 정부가 “하반기 수소 수급 전망은 양호하다”고 공언한 지 5개월 만에 빚어진 것이다. 산업부는 당시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 회의를 열고 하반기 수소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반기 수송용 수소 수요량이 최대 7000t인데, 공급 능력 예상치(최대 9000t)가 이를 웃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그야말로 기업발(發) 돌발상황”이라며 “오는 12월 SK E&S가 3만t 규모의 액화수소 충전설비를 가동하면 오히려 초과 공급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물량 계획과 별개로 기업에서 발생한 사고 한 건으로 국가 수소 공급망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당진을 비롯해 울산과 여수·삼척·평택 등에 수소생산기지가 있지만 거리와 계약 문제 탓에 각 충전소가 공급처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등록 수소차량은 3만3000여대인데 수소충전소는 255곳에 그치는 것도 국민 불편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전국 수소 공급 체계 개편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수급 안정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 여유 생산 능력을 더 키우고 생산 지역을 다각화하면서 부속시설 등도 더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