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막은 브라질 이주민, ‘더블린의 영웅’으로

입력 2023-11-26 17:52 수정 2023-11-26 17:55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에서 용의자와 맞서 싸운 브라질 이민자 출신 카이우 베니시우가 사건 이틀 뒤인 25일(현지시간)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았다. AFP연합뉴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대규모 반이민 폭력시위를 촉발한 흉기 난동 때 브라질 출신 이주민이 피해자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으로 밝혀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더블린 도심 파넬 스퀘어의 한 학교 근처에서 지난 23일 벌어진 흉기 난동 당시 브라질인 카이우 베니시우가 범행을 막기 위해 용의자와 싸웠다.

이 사건으로 5살 소녀와 30대 여성이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5살 소년과 6살 소녀도 경상을 입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으로 1년 전 더블린에 와서 음식 배달원으로 일하는 베니시우는 스쿠터를 타고 배달 가는 길에 한 남자가 흉기로 소녀를 공격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한 여성은 소녀를 남자에게서 떼어내려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베니시우는 스쿠터에서 내려 쓰고 있던 헬멧으로 온 힘을 다해 용의자를 때렸다.
아일랜드 경찰이 더블린에서 폭력시위를 한 폭도를 지난 24일 체포해 압송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사실이 보도되자 그를 성원하는 온라인 모금 페이지들이 잇따라 생겼으며, ‘카이우 베니시우에게 맥주 한 잔 사라’는 제목으로 개설된 한 모금 페이지에는 33만 유로(약 4억7000만원) 이상이 모였다.

더블린의 한 레스토랑에서 지난달부터 수습생 과정을 밟고 있는 프랑스인 17살 소년도 베니시우에 합세해 범인과 맞섰다. 이 과정에서 손과 얼굴에 경상을 입은 이 소년은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격려 전화를 받았다.

50대로 알려진 용의자의 국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이주민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건 당일 오후 더블린 중심가에서 수십 년 만에 아일랜드 최대 규모의 반이민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약 500명은 반이민 구호를 외치며 이민자들이 모이는 호텔과 호스텔 등지를 공격하고 차에 불을 지르며 상점을 약탈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34명을 체포하고 추가 가담자를 찾기 위해 CCTV를 분석 중이다.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더블린과 아일랜드, 자신과 가족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폭력시위자들을 비판했다. 베니시우 등에 대해서는 “아일랜드의 진정한 영웅들”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베니시우는 “나는 두 아이의 부모다. 내 생각에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에겐 19살 딸과 12살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세영 선임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