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감 극단선택, 7명 직위해제… ‘사건 브로커’에 경찰 발칵

입력 2023-11-26 16:46 수정 2023-11-26 18:04

‘2021년을 전후한 경찰 간부 심사 승진에 도대체 어떤 흑막이 있길래...’

경찰 고위간부인 치안감 1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경정·경감급 중간 간부 7명이 직위해제된 광주·전남경찰청 뇌물 승진 의혹사건의 전말이 다음 달 법정에서 속 시원히 드러날지 시선이 모아진다.

광주·전남 경찰을 쑥대밭으로 만든 ‘검은돈’에 얽힌 뒷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 초유의 심각한 후폭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뇌물 승진 의혹의 핵심적 고리 역할을 한 사건브로커 성모(62·구속)씨는 전남 담양 출신으로 20대 청년 시절 유흥주점에서 음악 연주를 하는 ‘밴드 마스터’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밤업소에서 불특정 다수의 경찰 간부를 포함한 지역 유지들과 하나둘씩 안면을 익힌 성씨는 2000년 전후 광주 일선 경찰서 교통규제시설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경찰서장인 총경급 간부들과도 교분을 쌓게 된 그는 2010년을 전후해 수완이 좋은 사업가로 변신했다. 시스템 에어컨과 산책로 데크 설치 사업체 대표 명함을 들고 지역유지들이 참여하는 다수의 골프 모임과 식사·술 자리 등을 주도했다.

이후 화려한 언변을 통해 ‘호가호위’ 방식으로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던 그는 ‘회장’ 직함으로까지 자신을 포장했지만 결국 ‘사건 브로커’의 실체적 정체가 탄로 나 쇠고랑을 찼다.

3~4년 전부터 성씨에게 기대어 경찰 수사를 벗어나려고 시도한 대표적 인물이 사이버도박과 코인투자사기 혐의로 궁지에 몰린 탁씨다.

당초 다른 사기사건에 연루돼 오래전 구속 수감된 탁씨는 2019년 출소 이후 가상화폐 사건 등으로 검찰과 경찰 수사선상에 또 오르게되자 유능한 브로커를 수소문했고 성씨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성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던 탁씨는 고가의 외제차와 현금 등 18억여원을 주고 불거진 자신의 사건수사 무마를 청탁했고 성씨가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고 촘촘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탁씨는 자신의 죗값을 덜기로 하고 고민 끝에 거액의 뇌물을 상납한 성씨에게 등을 돌리기로 결심을 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때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던 탁씨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성씨 역시 자신의 비위를 들춰낸 탁씨의 배신을 뼛속 깊이 원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씨는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어지자 탁씨에게 “물귀신 작전을 쓰면 둘다 죽는다”며 회유책을 동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갈데 까지 갈만큼 사이가 틀어진 탁씨는 검찰과 경찰 인맥을 활용한 성씨의 브로커 행각을 수사진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법정에 서게 된 성씨와 연루된 의혹으로 퇴임 이후 수사를 받던 전 경찰 고위간부 김모씨는 지난 15일 경기 하남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더불어 수사무마·인사청탁 의혹이 불거진 사건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전남경찰 간부 5명에 이어 검찰의 수사개시 통보와 함께 26일까지 광주경찰 간부 2명이 직위해제됐다.

이중 전남경찰청 간부(경정 2명·경감 3명) 5명은 숨진 김모 치안감이 전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경정·경갑급 심사 승진과정에서 3000만원 안팎의 뇌물을 각각 전달한 ‘제삼자 뇌물교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탁씨는 다음 달 5일 성씨의 범행을 구체적으로 증언하기 위해 법정 증언대에 선다.

탁씨와 성씨의 대질에서 베일 속에 감춰졌던 전대미문의 경찰간부 뇌물 승진 의혹과 가상자산 사기사건 수사무마의 숨겨진 진실과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전남경찰 관계자는 “전·현직 경찰간부, 검찰 수사관과의 두터운 친분을 내세운 브로커 성씨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며 “10여명의 경찰 간부가 공공연히 거명되고 흉흉한 소문만 무성해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