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의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다. 양측의 수장은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다.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충돌의 분수령은 오는 30일이 될 전망이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 등의 반응이 없을 경우 30일 혁신위 전체회의를 열어 당 지도부·친윤(친윤석열)계·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의결하고 최고위원회의에 공식 혁신안으로 제출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신들을 겨냥한 혁신안을 거부할 경우 혁신위는 활동 종료일(12월 24일)을 한 달 가까이 남겨둔 채 ‘조기 해체’라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김 대표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김기현 지도부와 혁신위 모두 정치적 계산은 다르지만, 전면전을 벌일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공유하고 있어 극적인 타협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 위원장과 김 대표 측은 주말 내내 신경전을 이어갔다.
인 위원장은 내년 총선 험지 출마설이 나오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25일 여의도에서 만나 오찬 회동을 가졌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줄”이라며 “가는 길이 쉬우면 혁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어 “많은 분이 쉽지 않은 그런 길들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면서 인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등의 불출마·험지 출마 결정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일이 이뤄지고 당과 국가를 위해서 애국자가 나오고 희생하는 사람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회동은 원 장관이 인 위원장의 요청에 응하면서 성사됐다.
반면, 김 대표는 같은 날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세 차례나 개최했다.
김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겨냥해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지역구를 가는 데 왜 시비인가”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면서 “어떤 때는 만나면 한 3시간씩도 얘기한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그냥 ‘프리토킹’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어떤 때는 하루에 3번, 4번씩 전화도 한다”며 “밤늦은 시간이더라도 밤 9시, 10시라도 만나서 이야기 나눈다”라고 덧붙였다.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한 수도권 의원은 “김 대표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친윤계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쫓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지역구 유권자들밖에 없다”고 김 대표를 옹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에 점점 더 힘이 실린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혁신위가 지도부·친윤계·중진 의원들의 희생을 당 지도부에 공식 혁신안으로 제출한다는 것은 ‘지도부에게 자신의 목을 스스로 자르라’라고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양측 간에 타협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 관계자는 “혁신위와 지도부 모두 전면전을 벌일 경우 승자는 없고 양측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극적 봉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