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전(SMR), 수소연료전지 등 기술력이 돋보이는 해외 유망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국내 기업들이 주가 하락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2019년과 2021년에 걸쳐 1억400만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보유 지분율은 1.77%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같은 회사에 각각 7000만 달러(900억원), 4000만 달러(520억원)를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앞으로 뉴스케일사에 원전 주기기 등 핵심 기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뉴스케일파워의 주가는 2.5달러대를 오르내린다. 한때 주당 15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이달 초 1.81달러까지 떨어졌었다. 미국 유타발전소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SK㈜와 SK E&S는 2021년 미국 수소연료전지 기업 플러그파워에 각각 9000억원씩 총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현재 이 기업의 최대주주다. 당시 5140만주를 주당 29.29달러에 샀다.
수소경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7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현재 3달러대로 추락했다. 주가 하락률로만 보면 90%가량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플러그파워는 지난 9일(현지시간) 기대에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기업들은 당장의 주가 흐름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협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공급, 삼성물산은 EPC(설계·조달·시공), GS에너지는 발전소 개발 프로젝트 등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기 주가 등락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SK E&S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 관점이 아니라 플러그파워의 수전해나 연료전지 기술력을 높게 보고 최대주주가 된 것”이라며 “지난해 SK플러그하이버스라는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한국에서 액화수소 충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실은 면했으나 아쉽게 투자를 끝낸 사례도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018년 자회사인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를 통해 미국 수소전기차 제조사 니콜라 주식을 1억 달러(1300억원)어치 사들였다. 2020년 사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니콜라 주가가 폭락하자, 한화솔루션은 다음 해인 2021년 절반을 매각한 데 이어 올해 5월 나머지 절반도 정리했다. 5년 만에 투자 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