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넷 째주 금요일) 실적이 시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할인 폭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70%까지 할인을 제공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팔리지 않는 재고 정리 느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실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2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고물가와 고금리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데다,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이라고 하기에 낮은 할인율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블랙프라이데이인 이날 오전 6시 코네티컷주 뉴밀퍼드 월마트 주차장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매년 ‘오픈런’으로 붐볐던 지난날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매년 블랙프라이데이 새벽에 이곳을 방문해왔다는 테리사 포스버그는 “올해는 훨씬 조용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할인’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카고 쇼핑 거리 매그니피센트 마일에서 폴 아렌(69)은 “과거 백화점에서 70%까지 할인을 제공하던 시절을 기억한다”며 “더 이상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기업이 하는 것은 팔리지 않는 재고를 정리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저지주 웨인의 윌로우브룩 몰을 방문한 알리사 파넬리는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웨딩슈즈를 쇼핑했지만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며 “좋아하는 브랜드가 25% 할인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할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에 대한 역기저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기간 공급망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며 쌓였던 재고 상품들이 지난해 말 대거 쏟아졌다. 작년에 대규모 할인을 경험했던 소비자들에게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할인은 기대에 못 미치게 된 상황이다.
가격적 매력이 덜할뿐더러 불필요한 소비를 삼가는 분위기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움츠러들게 했다. 바버라 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사람들이 가치소비를 더 하게 됐다”며 “더 보수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시장 전망치도 현장의 분위기와 비슷한 기조로 가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올해 11~12월 미국의 온라인 소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5년간 가장 소폭의 성장세로 팬데믹 기간보다도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미국인 1억3070만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쇼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초 NRF가 미국 성인 84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쇼핑객이 연말 쇼핑에 계획하고 있는 비용은 1인당 875달러(약 114만원)로 작년보다 42달러 많은 금액으로 나타났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