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황의조(31·노리치시티)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24일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면서 퇴출을 촉구했다.
스포츠 시민단체 ‘체육시민연대’는 이날 낸 성명서에서 “성관계 불법 촬영으로 피의자가 된 축구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경기에 뛸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마땅히 자숙하고 스스로 출전을 포기하거나 국가대표 자격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최근 황씨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예선 경기에 출전한 것을 지적하면서 “유죄나 징계가 확정되기 전에도 몇몇 증거로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논란이 해소되기 전까지라도 출전 중지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축구협회는 즉각 공개 사과하고 불법 촬영, 2차 가해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한축구협회와 위르겐 클리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황씨의 출전을 막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황씨는 불법 촬영 혐의와 관련해 이달 18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그 전후인 16일에 싱가포르와의 예선 1차전, 21일엔 중국과의 2차전에 연이어 출전했다. 황씨는 현재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1일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중국전에 황씨가 출전한 것을 두고 “40년간 축구 인생에서 많은 일을 겪었다”며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저희 선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황씨가 소속된 축구 클럽 ‘노리치 시티(잉글랜드)’의 다비트 바그너 감독도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황 선수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면서 일단 팀 훈련에는 정상 참여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자신이 황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한 A씨는 지난 6월 25일 황씨의 성관계 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여성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황씨의 친형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황씨는 자신과 성관계하는 상대방을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8일 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고, 그의 휴대전화 여러 대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황씨는 문제의 영상을 동의하에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대 여성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최근엔 황씨 측이 입장문에서 상대 여성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