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자들을 위한 정서적·심리적 돌봄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은퇴 이후 경제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정서적 안정이 앞서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 출판 기념회에서다.
사회의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목회자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은퇴는 한국교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윤실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의 공동소장인 곽은진 아신대 상담학 교수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다루지 못하는 점을 은퇴 이후 직면하는 가장 힘든 영역으로 꼽았다. 한국교회 내 정서적·심리적 측면은 대체로 간과됐던 영역이기도 했다.
곽 교수는 “은퇴 목회자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인생의 새로운 기점을 마주하는 과정”이라며 “은퇴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정서적·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회자가 은퇴할지라도 심리적 은퇴는 별개의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목회는 다양한 나이와 계층의 성도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높은 수준의 내적 통제와 완벽성, 억압적 사고, 이성의 통제 등을 요구한다. 목회자는 신학대에 입학한 20대 젊은 시절부터 성직자라는 정체성에 길들여져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곽 교수는 “목회 자체가 삶의 본질적 목적이 된다면 은퇴 이후 마주하는 환경변화에 어려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며 “목회자는 사역을 위한 목적과 노년기 목표를 구분해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은퇴를 앞둔 예비 목회자를 위한 교단 차원의 돌봄 프로그램 마련을 요구했다. 교단별 심리 지원 프로그램 제공과 전문 상담사 배치, 의식의 변화를 위한 집단 상담, 은퇴 목회자들의 교제의 장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곽 교수는 “심리적 지원은 은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한국교회가 목회자 돌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