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교통비 0원, 10분 전 출근… 서러운 금융권 비정규직

입력 2023-11-24 16:04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보다 10분 일찍 출근하게 하거나, 정해진 근무 시간이 30분 적다는 이유로 식비와 교통비를 주지 않는 등의 금융권 내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를 열고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14곳에 대해 지난 2~10월 실시한 비정규직 차별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감독 결과를 보면 금융기관 14곳 중 12곳에서 비정규직 차별 7건, 불법파견 1건, 연차미사용수당 등 금품 미지급 12건 등 모두 62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A은행은 계약직 운용지침에 기간제·단기간 근로자의 출근시간을 영업시간 10분 전으로 규정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직접 고용한 운전직 근로자에게는 통상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는 반면, 파견근로자에게는 정액 40만원만을 지급하기도 했다.

B은행은 하루 8시간을 일하는 기간제 통상근로자에게는 월 20만원의 중식비와 10만원의 교통보조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7시간 30분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중식비·보조비가 지원되지 않았다.

C증권사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추석 명절귀성비로 60만원을 지급하면서 육아휴직 대체근로자 등 하루 6~7시간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이를 주지 않았다. D증권사도 정규직 근로자에게 기본 700%의 상여급을 지급하면서 유사 업무를 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연봉액의 24.5~27.3%만 주기도 했다.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최저임금 인상분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는데, 금액은 총 4억원에 달했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 약자보호와 법치 확립은 노동개혁의 기본으로, 공정한 노동시장과 차별없는 일터 조성에 힘써달라”며 “정부도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공정한 대우에 대한 기본원칙과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업장이 자율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차별없는 일터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적발된 12곳에 즉시 시정을 지시했다. 또 적발된 62건 외에도 법 위반 사항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다음달 8일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시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참석한 각 기관 대표들도 차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노동조합의 요구에 귀를 닫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외면한 사용자들이 만들어 낸 부끄럽고 처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감독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모든 차별을 즉각 시정하고 금융노조에서 요구한 비정규직 및 저임금직군 사용금지 등 비정규직 비율 줄이기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