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의 최연소 간부로 승승장구하다가 부정부패로 낙마한 이가 “술은 안 마시지만 눈호강하려고 마오타이주를 수 십 박스 받았다”고 한 말에 네티즌들이 격분하고 나섰다.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23일 홈페이지에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부시장을 지낸 왕융의 부패 행적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어려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대학 졸업 후 교직을 맡고 공산당에 입당, 34세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인촨시 부서기에 임명되며 그 지역에서 가장 젊은 간부가 됐다. 직위가 높아지면서 향응과 접대에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고급 담배와 술을 선물로 받다가 나중에는 1억원이 넘는 자동차, 쇼핑 카드, 금괴를 받았다. 조사 결과 그가 공직에 있으면서 받은 뇌물은 1000만 위안(18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10월 18차 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39번에 걸쳐 990만 위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부패 척결의 타깃이 됐다. 그는 지난해 4월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9월 당적과 공직이 동시에 박탈되는 쌍개 처분을 당했다. 그리고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년 6개월에 벌금 80만 위안을 선고 받았다. 그는 당과 지방정부의 조사가 시작된 후에도 발뺌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다가 괘씸죄까지 추가돼 이번에 부패 사례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왕융은 기율감찰위에 “최근 몇 년 동안 30박스가 넘는 마오타이주를 받았다. 나는 집에서 술을 마시지도 않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눈호강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최고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는 공무원 접대용이나 뇌물로 많이 쓰인다. 그러면서 뒤늦게 “나는 오랫동안 당에 충성하지 않았고 조직에 불성실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