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가는데… 성탄절 트리 장식 어떻게 하나요”

입력 2023-11-23 16:52
지난달 22일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팔레스타인 의료진이 아기를 꺼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서안지구에 위치한 예수탄생교회 앞 광장에 올해 처음으로 성탄절 트리 장식이 없을 것이라고 미국 기독교 매체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탄절 행사가 현대적으로 치러진 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베들레헴 시 대변인은 최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보낸 성명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성탄절 축제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기에 예수탄생교회 앞 광장의 성탄절 장식을 없애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현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근 지역 기독교 지도자와 교계 단체는 성탄절 행사 중단을 선언과 무관하지 않다. 교계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함께 슬퍼하라(롬 12:15)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동시에 전쟁이 속히 끝나는 기적이 일어나 성탄절을 다시 축하하길 소망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총대주교와 교회 수장은 기독교인에게 ‘불필요한 축제’ 성탄절 활동을 자제할 것을 최근 요청했다. 팔레스타인 갈릴리의 가톨릭교회와 성지 지역 복음주의 교회 협의회도 기독교인에게 같은 요청을 담은 성명을 냈다. 성탄절 행사 자제 촉구는 요르단 교회 지도자 협의회(JCCL)가 먼저 시작했다. JCCL는 지난 2일 성탄절 축하 행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요르단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가장 많다. JCCL 사무총장이자 그리스 정교회 신부인 이브라힘 다부르는 CT에 “집에서 성탄절을 축하할 순 있지만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가 어떻게 성탄절 트리를 장식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근처에서 설치되고 있는 성탄절 트리 장식. EPA 연합뉴스


요르단 복음주의 협의회(JEC)의 이마드 마야 회장은 “우리는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에 순종하고 기독교와 대중의 정서에 따라 성탄절 축하 행사를 예배와 기도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JEC는 하나님의 성회, 침례교, 나사렛, 자유복음주의 등 교단과 선교 단체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기부를 통한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JCCL는 최근 주일에 모인 헌금을 가자지구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JCCL는 소속 교단에 각자의 현지 단체를 통해 가자지구에 헌금을 전달해도 괜찮다는 방침을 밝혔다. 요르단의 침례교회와 하나님의성회는 한 요르단 기부단체에, 그리스정교회는 가자지구 내 성포르피리우스 교회에 직접 기금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성포르피리우스 교회는 기독교인 등 수백 명이 피난하고 있는 그리스정교회 소속 교회다.

현지 교계 지도자들은 예수님의 고난이 그를 믿는 모든 이에게 희망을 준 것 같은 기적이 있기 희망했다. 요르단 하나님의 성회 회장 겸 중앙감독인 데이비드 리하니는 “우리는 가자지구에 예수님의 부활과 같은 희망을 전한다”며 “세계가 그들의 고통을 보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속히 모색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JCCL의 다부르 사무총장 역시 “신의 뜻이라면 성탄절 전에 이 전쟁은 멈출 것이다. 우리는 다시 곧 성탄절을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