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정시설 강서구로 통합 이전하라”…입지선정위, 부산시에 권고

입력 2023-11-23 16:42
서의택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장이 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부산 교정시설 현대화 정책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교정시설 입지 선정위원회가 부산의 해묵은 난제인 부산교도소와 부산구치소, 부산보호관찰소 등 교정시설 이전 문제와 관련해 강서구 외곽지역으로 통합 이전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전 예정지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소통해 나갈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이전 후보지인 강서구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교정시설 입지 선정위원회(위원장 서의택)는 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부산 교정시설 현대화 정책 권고문을 발표했다.

입지선정위는 권고문에서 “부산교정시설 현대화를 위한 정책 방안으로 강서구 대저동의 부산교도소와 사상구 주례동의 부산구치소를 강서구 대저동 일원으로 통합 이전 방안을 권고한다”고 주문했다.

통합 이전 후보지는 부산교도소 옆 남해고속도로 북쪽에 있는 부지(약 40만㎡)다. 통합 이전안에는 부산보호관찰소·부산보호관찰심사위원회·부산청소년비행예방센터·부산청소년자립생활 등 법무부 관련 시설도 함께 옮기는 계획이 포함된다.

입지선정위는 부산교도소(강서구 대저동)와 부산구치소(사상구 주례동)를 현 지자체 내에서 각각 개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입지 선정 조사 과정에서 통합 이전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각계 인사 16명으로 구성된 입지선정위는 12차례 위원회와 소위원회 회의, 현장 방문, 시민 여론조사,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 등을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지난 9∼10월 부산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정시설 통합 이전에 42.1%가 찬성했고, 지역별 이전에는 29.9%가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다.

또 강서구와 사상구, 다른 지역 주민 등 15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통합 이전에 55.9%가 찬성했고, 지역별 이전에는 44.1%가 찬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지선정위는 또 교정시설 이전 예정지 주변 주민들에게 각종 지원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과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이전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부산 교정시설 통합 이전 후보지. 부산시 제공

◇ 교정시설 이전, 과연 이번엔 추진될까

부산구치소는 1973년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현재의 사상구 주례동으로 신축해 이전했다. 9만9485㎡, 1500명 규모의 시설이지만 현재 1800~1900명의 미결수가 수용 중이다. 1977년 12만6924㎡ 규모로 지어진 부산교도소는 1200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일부 수감자들이 “6인실의 1인당 수용 면적이 1.44㎡에 불과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낡고 비좁은 교정시설에 너무 많은 인원을 수용한 것은 위법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낡고 비좁은 데다 도심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산시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4차례에 걸쳐 금정구 회동동, 강서구 화전동, 사상구 감전동 등으로 구치소 이전을 추진했으나 해당 지역 주민 여론 등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통합 이전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입지선정위의 정책 권고가 의견 제시 수준으로 강제력이 없을뿐더러 입지 결정 권한이 부산시가 아닌 법무부기 때문이다. 실제 교정시설 이전 절차는 건축협의 권한을 가진 구가 후보지를 추천하면 법무부가 입지 결정과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시는 도시관리계획 등 필요한 행정절차를 이행한다.

당장 지역 정치권과 일부 시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날 입지선정위가 부산 교정시설 현대화 정책 권고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는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이종환·송현준 시의원 등이 참여해 반발했다. 강서구는 그동안 “입지를 선정하는 주체는 법무부고 협의 주체는 강서구청인데 부산시가 입지선정위를 구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부산시가 구성한 입지선정위의 구성 자체를 부정해 권고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구는 이번 권고안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문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전해왔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서구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여야 정치권이 반발 수위를 높이는 등 갈등이 점차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에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3선)이, 강서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같은 당의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3선)이 지역구를 두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