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최석진)는 23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8)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조현병 증상인 피해망상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으나 범행 장소나 방법·동기 등을 고려하면 매우 위험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심각한 상해를 입어 신체적 기능이 회복되지 않았으며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피고인이 정신병을 알고 있었음에도 가족들이 제대로 조처하지 못한 점 등으로 볼 때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8월 4일 오전 10시쯤 대전 대덕구 한 고교에 침입해 교사 B씨(49)의 얼굴과 옆구리 등을 흉기로 10여 차례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학교 정문을 통과해 교내로 진입한 A씨는 2층 교무실 앞에서 기다리다 들어오던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3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과거 교사들이 자신의 뺨을 때리고 집까지 찾아와 누나를 성추행하는 등 괴롭혔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주동자로 여긴 B씨를 찾아가 범행했다.
A씨는 2021년부터 이 같은 망상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나 “복수하지 않으면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중단하고 B씨가 법적으로 처벌을 받길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고소장을 반려하자 복수 방법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후 A씨는 다른 교사 근무지를 검색해 B씨 근무 학교를 다른 교사에게 물어보고 사전에 B씨 근무지를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여권을 준비하는 등 도피를 준비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신질환은 범행 동기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 범행 후 전화번호를 변경하거나 수일 전에 여권을 신청하는 등 계획범죄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