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음주의신학회, 75년만에 첫 여성 회장 배출

입력 2023-11-23 13:34
사진=미국 복음주의신학회 홈페이지

성경의 무오성을 지지하는 보수 신학 학회인 미국 복음주의신학회(ETS)가 1949년 창립 이래 첫 여성 회장을 배출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캐런 잡스 휘튼대 명예교수가 내년부터 복음주의신학회(ETS)를 이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기는 1년이다. CT는 “잡스 교수의 당선은 수년간 여성을 소외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ETS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했다.

잡스 회장은 2005년부터 10년간 휘튼대에서 신약학과 성서해석학을 강의한 성서학자다. ‘구약의 눈으로 본 요한’ 등 구약성경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에 주목해 신약성서를 연구한 저서를 다수 펴냈다. 트렌턴주립대(현 뉴저지대)와 럿거스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프린스턴대와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등에서 12년간 근무했다. 이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성서해석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잡스 회장이 선임된 ETS의 제75회 연차총회에는 단체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이 참석했다. 그는 해당 기사에서 “1989년 ETS에 처음 합류했을 당시 여성 신학자가 아주 드물었다”고 회고했다. “남성 신학자의 대부분은 내가 누군가의 아내인지 묻곤 했다”며 “80년대 이후 교회와 세상에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캐런 잡스 휘튼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5년 6월 대학 채플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진=미국 휘튼대 유튜브 영상 캡처

CT는 ETS의 이런 파격이 여성뿐 아니라 대다수의 남성 신학자가 함께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스 회장은 “여성에게 더욱 우호적인 단체를 조성하기 위한 남성 신학자의 노력은 이전부터 지속해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의 남성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현재 ETS에 참여하는 여성 신학자는 전체 회원의 6% 정도다. 집행위원회에 소속된 여성 신학자는 잡스 회장이 유일하다.

ETS는 그간 노먼 가이슬러(1998) 웨인 그루뎀(1999) DA 카슨(2022) 등 저명한 복음주의 신학자가 역대 회장을 맡았다. 잡스 회장은 “ETS에 온 이후 내 꿈은 신학과 성서학 분야에서 신학자의 성비가 정상화 되는 것이었다”며 “ETS의 최초이자 마지막 여성 회장이 내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