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인공폭포에서 폭포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외벽은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투명다리와 모노레일, 미로공원 등도 눈에 띄었다.
23일 오전 11시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마주한 ‘주얼 창이’의 모습은 흡사 ‘놀이공원’을 연상케 했다. 이곳은 기존 1터미널의 여객 수용 능력을 확대할 목적으로 지어진 시설인데, 1터미널과 2·3 터미널을 사이에서 보행교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주얼 창이는 창이공항이 10년 넘게 공을 들여 만든 공간이다. 2007년 프로젝트에 돌입해 8년간 계획을 세웠고, 4년 간의 공사를 통해 2019년 4월 개장했다. 사업금액도 약 17억 싱가포르달러(1조6000억원)가 쓰였다. 디자인은 싱가포르의 관광 명소 마리나베이샌즈를 기획한 이스라엘의 건축가 모셰 사디프가 맡았다.
주얼 창이의 핵심은 중앙에 자리 잡은 인공 실내 폭포다. 이 인공폭포는 높이가 40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창이공항 관계자는 “폭포를 가운데 놓고 주위에 상업시설을 배치한 것이 주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인공폭포 주변은 녹지공간으로 조성했다. ‘포레스트 밸리’라는 명칭의 이 공간엔 약 2만2000㎡의 크기 공간에 약 2500그루의 교목과 6만~10만 주의 관목이 식재돼 있다고 한다.
5층은 공원과 놀이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미로정원과 미끄럼틀 등 놀거리 이용이 가능했는데, 유료였다. 이용료는 약 2만원 수준이다. 결혼식, 컨퍼런스 등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주변은 상업시설로 채웠다.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숍부터 옷가게, 음식점 등이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허브 공항 중 하나인 창이공항이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공항을 ‘거쳐가는 곳’을 넘어 ‘머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실제 이 장소는 공항 이용객이 아니어도 들어올 수 있어서 주민들의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2019년 10월 개장했는데, 6개월간 5000만명이 오갔다고 한다. 일 평균 30만명 수준이다. 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2019년 창이공항의 연간 여객 인원인 6830만명을 상회한다.
공항 관계자는 “공항이 자연을 콘셉트로 공간을 조성한 이유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진정과 치유 효과 등이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이용객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싱가포르=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