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기사에 동물학대 장면을 일부 포함시켰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동물카페 업주가 전시됐던 동물 살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해당 카페로부터 긴급격리됐던 피학대 동물들이 법원 결정으로 업주에게 반환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 등에 시달리던 동물들을 치료 및 보호해왔던 동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봄 동물 살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마포구 동물카페 업주 A씨(38)가 ‘소유한 동물들에 대한 격리조치는 부당하다’며 낸 행정조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가 보호하고 있던 19마리는 다시 A씨에게 반환될 처지가 됐다. 마포구청 측은 아직 해당 동물들을 반환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마포구청과 동물자유연대는 소유한 동물 19마리에 대해 안전상 긴급격리조치를 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보호동물 중 일부 동물의 경우 피신청인(마포구청)도 학대 관련 특이사항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학대 사유가 해당 개체의 단순 비만에 불과하여 보호조치가 필요한 정도의 동물 학대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대 및 관리소홀 정황으로 단순 비만만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관계자는 “판결문에 학대 정황으로 단순 비만이 제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격리조치된 19마리 중 16마리는 파보 등 치사율 높은 전염병에 감염돼 치료가 시급했지만 업자가 조치 없이 동물을 방치했다는 사실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전염병에 감염되거나 부상당한 동물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동물단체도 법원이 학대 행위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들의 질병을 치료하느라 활동가들은 1개월간 철야근무를 했고 수천만 원의 치료비용이 발생했다”면서 “겨우 건강을 회복한 동물들을 학대범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소송에서 패소해 동물을 반환하는 상황이 오면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통해서라도 동물들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동물카페 업주 A씨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매장에 전시 중이던 개를 망치로 수십 차례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카페 직원이었던 제보자는 매장 CCTV에 촬영된 범행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한 뒤 이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제보했다. 이후 고발이 이뤄졌고 증거를 제출받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수사에 착수했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개를 쫓아가며 머리와 허리 등을 둔기로 수십 차례 내려치고 발로 걷어차는 장면 등이 기록됐다. 해당 동물카페에서는 이번 사건 외에도 타조, 사슴, 알파카, 미어캣 등 다수의 동물이 관리 부주의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A씨가 관할 지자체에 동물전시업 및 실내동물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해당 카페를 불법 운영하다 10여 차례 행정 제재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