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시크교도 암살 시도…캐나다 때처럼 인도 정부 배후설

입력 2023-11-23 06:19 수정 2023-11-23 08:17

미국 수사당국이 자국 내 시크교 분리주의자 암살 음모를 파악하고 저지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캐나다 시크교도 암살 사건처럼 이번에도 인도 정부가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이 고위급 채널을 통해 항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미 당국은 미국에서 시크교 분리주의자 암살 음모를 저지하고, 인도 정부가 연루됐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암살 모의 대상은 ‘시크 포 저스티스’ 법률 고문인 쿠르파완 싱 파눈이다. 파눈은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시크교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국민투표 운동을 조직한 인물이다. 미국과 캐나다 복수 국적자이기도 하다.

파눈은 “인도는 국민투표 캠페인을 벌인 나를 죽이려고 한다”며 “인도의 초국가적인 테러리즘은 미국 주권의 직접적인 도전이 됐다”고 FT에 말했다.

미국은 파눈 암살 계획을 확인한 이후 인도 정부도 이를 인지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인도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6월 미국을 국빈방문 한 자리에서 미국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일부 동맹국에도 이번 시크교도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며 “고위급 레벨을 포함해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인도 정부에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 측 카운터파트는 놀라움과 우려를 표명하고, 이런 성격의 활동이 자신들의 정책이 아니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리의 기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 연방 검찰은 암살 음모에 가담한 최소 1명을 뉴욕 지방법원에 기소했으며, 소장을 공개할지를 논의 중이라고 FT는 설명했다. 관련자 중 한 명은 이미 미국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또 미 당국 항의로 암살자들이 계획을 포기한 것인지,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해 무산시킨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캐나다는 지난 9월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 피살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양측은 외교관 맞추방 조치 등을 취하며 관계가 경색됐다. 인도는 이번 사건 이후 중단했던 비자 발급 업무를 전날 재개했다.

미국 영토 내에서 미국 시민 암살 음모가 계획되면서 바이든 행정부 입장도 난처해졌다. FT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 멤버인 인도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중요 부분으로 보고 있다”며 “음모가 공개되면 파트너로서의 인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