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연간 230억 달러가 넘는 국가 R&D(연구‧개발) 재정을 민간과 시장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원천기술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중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해 “양적 위주의 성장에서 질적 위주의 성장으로,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가 R&D 지원체계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과 헌신이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과학은 늘 인류 공동의 번영과 협력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뛰어난 천재 한 명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여러 인재들이 함께 공동 연구하고 협력하여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창출해내는 것이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려운 전염병,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 기후 위기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전 지구적 도전과제들은 한 나라의 기술 혁신과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와 그 복잡성은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협력과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 위기 때 mRNA와 바이러스 연구를 토대로 백신을 신속히 개발, 전 세계가 이를 함께 극복한 것이 좋은 사례”라며 “포럼에 참석하신 로이 앤더스 경을 비롯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꺼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협업했기 때문에 기적처럼 빠르게 우리 인류가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영국 왕립학회 회원들과 같은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의 글로벌 연구 협력과 교류도 적극 확대하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과학기술 협력 파트너로서 영국과의 공고한 연대를 제안하고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학자들을 향해 “인류의 자유와 후생 증진을 위해 한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연구를 공유해 주시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다”며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던 아이작 뉴턴의 말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여기 모인 최고과학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양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거인의 어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기조연설을 마쳤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과학자들의 협업과 관련해 “옥스퍼드 대학 유학 시절에 차를 마시며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성과를 교류한 것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때 윤 대통령이 “영국의 차담(Tea time) 문화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줄만 알았는데 과학 발전에도 영향을 준 것을 알게 됐다”고 답하자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포럼에는 영국의 에든버러 공작부인, 아드리안 스미스 왕립학회 회장을 비롯한 왕립학회 관계자, 왕립학회 한국인 회원인 이상엽 KAIST 부총장과 김빛내리 연구단장, 양국 신진 과학자와 정부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 전 케이스 무어 왕립학회 도서관장으로부터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초판 원고인 프린키피아, 1671년 천체 관측용으로 제작된 뉴턴 반사 망원경, 뉴턴의 머리카락, 찰스 다윈이 비글호 항해 중 사용한 기압계 등 주요 소장품을 소개받았다.
런던=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