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천재 한명이 세상 바꾸기 어려워… 거인 어깨 위에 올라서야”

입력 2023-11-23 00:07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연간 230억 달러가 넘는 국가 R&D(연구‧개발) 재정을 민간과 시장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원천기술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중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해 “양적 위주의 성장에서 질적 위주의 성장으로,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가 R&D 지원체계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과 헌신이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과학은 늘 인류 공동의 번영과 협력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뛰어난 천재 한 명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여러 인재들이 함께 공동 연구하고 협력하여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창출해내는 것이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려운 전염병,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 기후 위기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전 지구적 도전과제들은 한 나라의 기술 혁신과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와 그 복잡성은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협력과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 위기 때 mRNA와 바이러스 연구를 토대로 백신을 신속히 개발, 전 세계가 이를 함께 극복한 것이 좋은 사례”라며 “포럼에 참석하신 로이 앤더스 경을 비롯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꺼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협업했기 때문에 기적처럼 빠르게 우리 인류가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영국 왕립학회 회원들과 같은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의 글로벌 연구 협력과 교류도 적극 확대하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과학기술 협력 파트너로서 영국과의 공고한 연대를 제안하고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학자들을 향해 “인류의 자유와 후생 증진을 위해 한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연구를 공유해 주시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다”며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던 아이작 뉴턴의 말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여기 모인 최고과학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양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거인의 어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기조연설을 마쳤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과학자들의 협업과 관련해 “옥스퍼드 대학 유학 시절에 차를 마시며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성과를 교류한 것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때 윤 대통령이 “영국의 차담(Tea time) 문화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줄만 알았는데 과학 발전에도 영향을 준 것을 알게 됐다”고 답하자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포럼에는 영국의 에든버러 공작부인, 아드리안 스미스 왕립학회 회장을 비롯한 왕립학회 관계자, 왕립학회 한국인 회원인 이상엽 KAIST 부총장과 김빛내리 연구단장, 양국 신진 과학자와 정부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 전 케이스 무어 왕립학회 도서관장으로부터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초판 원고인 프린키피아, 1671년 천체 관측용으로 제작된 뉴턴 반사 망원경, 뉴턴의 머리카락, 찰스 다윈이 비글호 항해 중 사용한 기압계 등 주요 소장품을 소개받았다.

런던=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