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한‧영 양국은 이날 한‧영 FTA 개선협상 개시를 선언했다”며 “양국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고, 함께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런던 맨션 하우스에서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상용 원전을 가동한 영국 기업들은 한국 산업화의 심장인 고리 원전 1호기 건설에 핵심 설비와 기술 공급자로 참여한 바 있다”며 “이제 첨단 제조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기업들은 원천기술 강국인 영국과 다양한 산업에서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양국 기업의 구체적 상호 보완 사례로 코로나19 상황 당시 아스트라제네카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위탁생산 협력을 통해 세계 각국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한 사례를 언급했다. 글로벌 제1위의 반도체 설계기업인 ARM이 한국 팹리스 기업의 IP 활용을 무상 지원한 사례도 들었다.
윤 대통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롤스로이스의 최고 파트너로서 항공 엔진을 함께 개발‧제작하는 사례, 삼성전자가 보다폰에 5G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세아제강과 LS전선이 영국 해상풍력단지에 하부구조물과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사례도 차례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러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양국 협력을 강조하며 50년 전 영국 A&P 애플도어의 롱바톰 회장과 현대의 정주영 회장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울산조선소 건설을 가능하게 해줬던 차관 추천의 뒷이야기를 소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롱바톰 회장께서는 정 회장이 내민 500원짜리 지폐 속의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는 거북선을 보시고, ‘이런 거북선을 만들 수 있는 DNA가 있는 국민이면 해볼 만하겠다’고 우리의 잠재력을 내다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은 13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기술 강국”이라며 “양국의 굳건한 과학기술 연대를 기반으로 파격적인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여기에 기반해 양국에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의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수소, 해상풍력 등 무탄소에너지 분야에서도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국빈방문 계기로 원전 생태계 전반에 걸쳐 총 9건의 MOU(양해각서)가 체결될 것이라고도 윤 대통령은 강조했다.
마이클 메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로드메이어)은 “한‧영 FTA 개선협상을 통해 디지털 경제 등 첨단산업이 발전한 한국과 금융서비스가 발전한 영국이 보다 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며, 이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사를 했다. 케미 베이드녹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한‧영 FTA 개선협상을 통해 디지털 규범, 신기술 및 녹색에너지, 서비스, 중소기업 등 다양한 변화를 반영해 양국 기업인들에게 불필요한 절차와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고 장기적인 기회를 창출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주요 기업인 20여명과 함께한 사전환담에서도 “한‧영 FTA 개선협상을 잘 진행해서 양국 경제협력의 지평을 몇 배 더 넓혀 나가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ARM의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에게 한국 기업과의 반도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하스 CEO는 “25년 이상 지속해온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런던=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