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남부 발칸반도 알바니아의 야당 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의회에 불을 지르고 연막탄까지 터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2024년 예산안 표결 과정에서 의회 보안 요원들이 집권당인 사회당 에디 라마 총리에 대한 접근을 막자 의회 중앙에 의자를 쌓고 세 가지 색의 연막탄을 터트렸다.
한 야당 의원은 책상에 불까지 붙여 한동안 의사당 내에 불길이 번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마 총리 내각이 내놓은 예산안은 5분도 되지 않아 1차 투표를 통과했다.
알바니아 민주당의 실질적 지도자 살리 베리샤 전 총리는 라마 총리의 사회당이 야당의 목소리를 막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의사당 소동 이후 “이 싸움은 되돌릴 방법이 없다”며 “우리의 목표는 다원주의 의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리샤 전 총리는 1992~1997년 알바니아 첫 민주 정권의 대통령이었으며, 대통령 퇴임 후에는 2005~2013년 민주당 내각에서 총리직을 맡았다.
현재 베리샤 전 총리와 그의 사위는 2005~2009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불법적인 토지 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베리샤 전 총리가 주변인들에게 유리하게 민영화 절차를 마무리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베리샤 전 총리는 라마 총리가 자신의 기소를 조작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라마 총리는 소동 후 X(옛 트위터)에 “그들(야당)은 정치의 장에서 거리에서나 볼 법한 어휘와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