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의 누 떼가 기후위기 막을 수 있다”…그 이유는?

입력 2023-11-23 00:10 수정 2023-11-23 00:10
강을 건너는 누 떼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누, 회색늑대, 해수어. 이런 야생동물이 대기 속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는 예일대 오스왈드 슈미츠 교수 연구진의 이 같은 연구 결과를 2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슈미츠 교수는 해수어·고래·상어·회색늑대·누 등 9종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거나 복원할 경우 연간 64억1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포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3월 발표했다.

동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거니는 누(Gnu·영양의 한 종류) 떼는 간접적으로 탄소 배출을 억제한다. ‘들불 방지’를 통해서다. 들불은 주로 초원의 작은 식물을 연료 삼아 규모를 키우는데, 누 떼는 초원을 지나며 작은 식물을 먹어 치워 초원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큰불로 번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형 들불을 막을 수 있다면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초원에서 불이 나면 토양이나 식물에 저장돼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슈미츠 교수는 “세렝게티의 누 개체수가 10만 마리 증가할 때마다 자연 속에 포집되는 탄소의 양은 15% 증가한다”고 말했다.

해수어. 게티이미지뱅크

이산화탄소 포집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야생동물은 해수어다. 슈미츠 교수는 해수어가 매해 최대 50억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해수어는 주로 해수면 근처에서 탄소를 다량 함유하는 플랑크톤을 먹어 치운다. 이는 곧 해수어의 배설물이 되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된다. 해수어가 ‘친환경 탄소 포집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회색늑대. 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 북부에 사는 회색늑대도 숲의 탄소 포집 능력을 강화한다. 숲의 포식자인 회색늑대는 무스 등 대형 초식동물을 사냥해 이들의 개체수를 조절한다. 이를 통해 숲의 어린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게 되고, 숲이 보존된다. 슈미츠 교수는 “회색늑대는 매해 3300만~7100만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제거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물론 모든 야생동물이 환경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BBC는 “(생태계의) 복잡성을 이해해야 한다. 특정 생태계에서는 기후위기에 기여하는 동물이 다른 생태계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슈미츠 교수는 “과학이 보여주듯 탄소의 흡수와 저장은 근본적으로 동물의 존재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