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공공서비스를 날로 먹는다”… 공무원의 한숨

입력 2023-11-23 00:02 수정 2023-11-23 00:02

국민들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려 든다는 한 공무원의 푸념이 전해졌다. A씨는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중국을 닮아간다”고 비판했다.

23일 커뮤니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공서비스를 날로 먹으려 한다’는 제목의 서울시 공무원 A씨 글이 게재됐다.

A씨는 전기요금, 가스비, 지하철 요금, 공무원 공공서비스 등을 언급하며 “당연히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맞지 않나”고 글을 시작했다.

A씨는 “우리나라 공공서비스 질은 세계 9위다. 유튜브에 해외 이민의 단점을 검색하면 무조건 나오는 것이 ‘관공서 일처리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라며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일처리를 해주는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찰 욕을 많이 하는데, 한국만큼 경찰관들이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는 나라는 흔하지 않다”며 “이민이 아니라도 주재원, 유학 등 해외에서 딱 1년만 살아봐도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같은 선진국보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얼마나 일처리를 빨리하는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공공서비스의 높은 질’에 비해 국민들의 요금 지불 의향이 낮다고 지적했다. A씨는 “참 신기한 국민성이다. 좋은 질의 서비스를 빠르게 받고 싶어하지만 돈은 내기 싫어한다”며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가 ‘작은 중국’이라는 게 이해가 간다”고 했다.

A씨의 토로는 ‘박봉’으로 꼽힐 정도로 적은 공무원 급여 대비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다는 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초임 9급 공무원의 경우 4대보험과 소득세, 공무원연금 기여금 등을 납입하고 나면 한 달에 백만원대 금액을 손에 쥐게 된다.

A씨 글에 대한 누리꾼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은 A씨 말에 틀린 점이 없다며 일정 부분 공감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툭하면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외국과 비교해봐도 전기공급서비스 등 기반산업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돈은 내기 싫지만 고품질 서비스는 받고 싶어한다’는 점을 들어 “누구보다 중국을 싫어하면서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한 이도 있었다.

반면 공무원 급여와 서비스 질 등이 모두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된 것이니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이미 세금을 통해 서비스에 대한 값은 충분히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은 “올해에만 구청을 몇 번 갔는데 공공서비스의 질이 좋은지는 체감 못 했다. 내는 만큼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