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중국 원정에서 선수 얼굴을 조준한 레이저 포인터 공격과 야유를 이겨내고 3골 차 완승을 거뒀다. 경기력에서 한국과 확실한 격차를 확인한 중국은 관중 예절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대표팀은 지난 21일 밤 9시(한국시간)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가진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2차전 원정경기를 3대 0으로 승리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전반 11분 페널티킥 선제골, 전반 45분 헤딩 추가골로 멀티골을 완성해 승리를 이끌었다. 이미 한국 쪽으로 승리가 기울어진 후반 43분 수비수 정승현(울산)은 헤더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1차전 홈경기를 5대 0으로 승리한 뒤 무실점 2연승을 질주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1954년), 가장 많이(11회), 가장 길게(10회 연속), 가장 좋은 성적(4위)으로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나라다. 11회 연속 본선 진출 도전의 첫 단계인 아시아 2차 예선 C조에서 유일한 난관은 중국 원정뿐이었다. 한국은 중국, 태국, 싱가포르와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경기에서 낙승했지만 중국 대표팀 특유의 거친 태클과 몸싸움, 현지 관중의 야유를 견뎌야 했다. 중국 관중은 이미 경기 시작을 앞둔 국민의례에서 애국가 연주 때 야유를 퍼부어 한국 선수들을 자극했다. 상대 국가 연주에 내는 소음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경기장 예절에서 벗어나는 행위로 평가된다.
관중석에서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진 공격도 있었다. 전반 11분 성공한 페널티킥을 준비하던 손흥민의 얼굴에 녹색 빛이 투사됐다. 관중석의 누군가가 손흥민의 시야를 가릴 목적으로 녹색 레이저 포인터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 선수를 향한 홈 관중의 레이저 포인터 공격은 유럽 클럽축구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하지만 중국 관중은 레이저 포인터 공격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다. 우리 미드필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프리킥을 준비할 때 같은 녹색의 레이저가 얼굴과 상반신으로 발사됐다. 이강인은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을 향한 레이저 포인터 공격에 대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며 대범하게 넘어갔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로 중국 관중석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SNS 플랫폼 엑스에서 팔로어 390만명과 소통하는 계정 ‘아웃 오브 콘텍스트 풋볼(Out Of Context Football)’은 22일 그 현장 사진을 올렸고, 이 게시물에 1만건 이상의 ‘좋아요’가 붙었다.
중국 SNS 웨이보를 보면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남성은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새겼지만 이름에 ‘손(SON)’이 아닌 ‘원(WON)’을 적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남성을 비난하는 웨이보 네티즌 사이에서 “중국은 관중 매너까지 패배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