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단속 포기요’ 어느 경찰관의 폭탄선언…시민 반응은?

입력 2023-11-22 11:17 수정 2023-11-22 13:39
배달 오토바이 사진. 연합뉴스

“오토바이 단속을 안 하겠다”는 한 경찰관의 ‘폭탄’ 선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누리꾼들은 경찰의 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안전한 단속’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나는 절대 오토바이 단속 안 함’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경찰청 소속으로 표시된 A씨는 “인도로 도망가고 차 사이로 도망가고 신호 위반까지 하면 순찰차로 잡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같이 일하던 분이 오토바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당 운전자가 장애인이 됐는데, 경찰이 무리하게 추적하다 사고났다고 소송이 걸렸다”며 “변호사 비용만 2000만원 넘게 깨지고 재판 때문에 공가·연차 쓰면서 법원 들락날락하니까 사람이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A씨는 “1~2년 전 사건인데 아직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서 “(당사자는) 당연히 승진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법규 위반 오토바이 단속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안전한 단속’을 당부했다. 경찰청 소속 B씨는 “오토바이를 5분 동안 쫓았는데, 결국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 여자아이를 쳤다”며 “무리하게 쫓아가지만 않았다면 아무도 안 다쳤을 것이다. 결국 내가 ‘오버’한 게 문제더라”고 적었다. 이 밖에 “안전하게 단속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시도하지 말아라” “추격해서 잡는 과정은 생각보다 너무 위험하다” 등의 반응도 올라왔다.

직업군인 C씨는 해당 게시물에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 견인만 해도 오토바이 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작성자 A씨는 “오토바이 앞면 번호판만 부착해도 카메라에 다 찍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적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 커뮤니티 캡처

실제 경찰은 내부 규정을 통해 ‘무리한 단속’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경찰청 ‘교통단속 처리 지침’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 단속에 나선 경찰에게 “도주 차량이 발생할 경우 무리한 추격을 하지 말고 무전 공조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경찰관이 차량 앞을 몸으로 막거나 차량에 매달리는 위험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찰에겐 현장 경찰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리한 추격을 벌여 인명 피해가 발생시킨 경찰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2020년 12월 순찰차가 신호를 위반한 오토바이를 4㎞가량 추적하는 과정에서 순찰차가 제한 속도를 넘어선 시속 100㎞로 추월해 오토바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경찰의 접근에 놀란 오토바이 운전자는 도로 연석과 가로수를 들이받고 넘어졌고, 사고 일주일 뒤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신호 위반을 중대한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해당 경찰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오토바이에 대한 현장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무인 단속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이륜차 번호판 번호체계 및 디자인 개선 연구용역’을 내고 전면 번호판 적용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도로에 설치된 CCTV 대다수는 전면 번호판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오토바이 번호판은 후면에 설치된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과속하고도 CCTV 단속을 피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찰청은 자동차 전·후면을 동시 촬영하는 ‘양방향 무인 단속 장비’를 지난 13일부터 3개월간 총 4곳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번호판이 뒤에 달린 오토바이의 과속·신호 위반을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