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노리치시티)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중국과의 2차전에 교체 투입됐다. 황의조 출전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임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개의치 않은 듯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21일 중국 광둥성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경기에서 3대 0으로 승리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황의조 투입 결정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황의조는 우리팀의 일원”이라며 “한국에서 (황의조 사생활 관련)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혐의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행 중인 사안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장 문제가 있다, 죄가 있다고 할 순 없다. 그전까지는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일”이라며 “40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여러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을 많이 맞닥뜨렸다. 명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황의조가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득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이날 경기에서 후반 27분 교체 출전했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20분 정도를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한국 축구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의 2골을 앞세워 3대 0 승리를 거뒀다. 싱가포르와 1차전(5-0 승)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한국은 C조 1위를 유지하며 3차 예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가능성을 키웠다.
피해자 “합의 촬영? 거짓말”…경찰, 황의조 휴대전화 분석중
한편 황의조는 중국 출국 전날인 지난 18일 서울경찰청에 출석해 자신과 성관계하는 상대방을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황의조의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압수물을 확보한 뒤 분석 중이다. 황의조 측은 “당시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으로 황의조는 영상 유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합의하에 영상을 촬영했다’는 황의조 측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는 황씨와 교제한 적은 있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나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바 없었고 계속해서 삭제해 달라고 청해 왔다”면서 “(황의조는) 거짓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황의조 측은 추가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는) 황의조가 어떠한 동의도 없이 불법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면서 “(휴대전화를)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을 하였고 이 여성도 분명히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 해당 촬영물은 연인 사이였던 여성과 같이 봤다”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