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면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 지스타에서 게임사들은 ‘탈(脫)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골자로 한 각기 다른 색깔의 플랫폼·장르 ‘파밍(farming)’에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게임사 수장들이 직접 자사 부스에 얼굴을 비추며 ‘신작 밀어주기’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정부 고위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게임 산업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1일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열린 ‘지스타 2023’은 약 19만 7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 18만 4000여 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이번 지스타엔 3328부스가 입점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스타TV’에는 약 94만 4000여 명의 누적 시청자를 기록하며 최대 규모를 입증했다.
게임사들은 양산형 MMO를 뺀 ‘다(多) 장르’ ‘다(多) 플랫폼’에 초점을 맞췄다. 신작 리스트에는 수집·방치형 RPG 등 가벼운 힐링 게임과 생존 게임 같은 전략형 장르가 여럿 담겼다. 플랫폼도 PC·콘솔 위주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게 구성했다.
8년 만에 지스타를 찾은 엔씨소프트는 슈팅 ‘LLL’,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등 3개 신작의 시연 공간을 마련했다. 크래프톤은 생존 어드벤처 ‘다크앤다커’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 등을 내놨다. 넷마블,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도 장르 다양화를 무기로 게이머들의 ‘겜심’을 공략했다.
게임사 수장들도 현장에 직접 등판해 신작 홍보에 힘을 실었다. 먼저 모습을 보인 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자사 부스에서 깜짝 등장해 “엔씨가 오랜만에 나온 거라 부족함이 많다. MMO가 아닌 새로 도전하는 장르로 플레이어를 만나러 왔다”면서 “내년과 내후년도 다양한 장르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용한 경영자’로 알려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도 같은 날 벡스코를 찾았다. 권 CVO는 이날 자사 부스를 점검할 뿐만 아니라 다른 부스를 방문해 업계의 전반적인 현황을 돌아봤다. 권 CVO가 지스타에 방문한 건 자사 PC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가 게임대상을 받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가지고 9년 만에 지스타에 복귀했다.
정부에서도 게임 업계 ‘힘 실어주기’에 동참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스타 개막 전날 미리 현장을 방문해 각 부스를 돌아본 뒤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에 직접 참여했다. 유 장관은 14년 전 문체부 장관 재임 시절의 지스타 점퍼를 입고 등장해 게임 산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문체부 장관이 지스타 참가를 위해 부산을 찾은 건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스타 개막식에서 영상편지로 성공 개최를 기원했다. 윤 대통령은 “게이머, 개발자와 여러 게임산업 관계자들 덕분에 지스타가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국제 게임 엑스포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게임 분야는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디지털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엄청나다. 정부는 게임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지원에서부터 제도·개선까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지스타 개막식에 축하 인사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이 양산형 MMORPG에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 과도하게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에서 가벼우면서도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새 장르로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각 게임사 경영진들은 자사 부스 점검뿐만 아니라 타사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