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 “불황형 안정세”… “수도권 매매 1% 안팎 제한”

입력 2023-11-21 17:04 수정 2023-11-21 17:18

내년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오르지도 못하는 ‘불황형 안정세’를 띌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 전세는 그보다 좀 더 높은 2% 안팎의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21일 세미나 형식으로 발표한 ‘2024년 건설·주택 경기 전망’을 보면 내년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활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었지만 고금리와 물가 상승세 지속 등으로 집을 짓는 쪽이나 사려는 쪽이나 모두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주안 건정연 연구위원은 “2024년 주택시장은 수요 약세 지속, 공급 여건 악화, 시장 확장세 둔화 등이 지속되면서 ‘L자형 횡보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자형 횡보는 시세가 이미 한 차례 빠진 상황에서 V자를 그리며 종전 고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낮은 가격을 근근이 유지하는 흐름을 말한다.

권 연구위원은 “시장 여건상 주택 가격·거래·공급이 동반 약보합 상황”이라며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 매매가격은 1%, 전세는 2% 안팎의 제한적 상승세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집값 방향성을 서로 다르게 예상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금리가 계속되는 한 주택 수요가 눈에 띄게 늘기는 어렵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시중금리는 여전히 상승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최근 국내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는 데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 9월 상승 전환 후 두 달 연속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예정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수요를 소진하고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약세론에 힘을 싣는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받아줄 사람이 줄어들면 거래가 둔화하면서 가격 약세로 이어진다.

가파르게 상승 중인 분양가는 분양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주춤해 있는 기존 주택 시세와 비교하면 시세차익 등 청약의 이점이 적은 탓에 웬만큼 입지가 탄탄한 단지가 아니면 분양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분양 실적을 보더라도 청약 수요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분양 수요 감소와 함께 고금리 및 건설원가 상승에 따른 시장성 악화는 주택 공급의 한 축인 정비사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미 건설사들은 점점 박해지는 수익성 때문에 돈이 안 되는 사업지에는 쉽사리 손을 대지 않고 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부문 공급 확대가 민간부문 공급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설경기는 모든 선행지표가 ‘역대급’으로 부진한 만큼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건설수주와 허가는 전년 대비 각각 26%, 착공은 40% 감소했다. 7월까지 분양은 지난해보다 약 54% 줄었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내놓은 전망에서 내년 건설투자가 각각 1.6%, 1.0% 감소할 것으로 봤다. 건정연은 2.4% 감소를 예상했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경우에도 상승률은 0.5%(지난 9월 현대경제연구원)에 그쳤다. 그보다 앞선 지난 8월 한국은행은 ‘-0.1%’를 내놨다.

박선구 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안, 생산요소 수급 차질, 공사비 상승 등 부정적 요인이 부각될 경우 침체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건설경기는 공종(공사종류)에 따라 2024~2025년이 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