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3)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의 여동생 카리나(51)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리나가 독신인 밀레이 당선인의 지근거리에서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언론과 여론은 이미 밀레이 당선인의 대권주자 시절부터 카리나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비유하며 ‘막후 실세’로 지목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엘리베르타도르호텔에 마련한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결선 투표 승리를 확정한 뒤 카리나와 함께 단상에 올랐다. 자신과 함께 환호하며 어깨동무를 한 카리나를 지지자들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밀레이 당선인에게 배우자는 없다. 아르헨티나 코미디언인 파티마 플로레스(42)와 연인으로 교제하고 있다. 플로레스는 아르헨티나 언론과 온라인 프로필에서 대부분 ‘동거인’으로 소개된다. 플로레스 인스타그램에서 24시간만 노출되는 스토리 기능 외 공개된 사진첩에서 밀레이 당선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밀레이 당선인이 다음 달 10일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플로레스는 정치적 행보를 시작하지 않고 방송가에서 활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20일 아르헨티나 라디오 방송에서 플로레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더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며 즐거움을 얻는다면 성공한 것이다. 그것이 플로레스의 진정한 가치”라고 말했다.
카리나는 플로레스와 달랐다. 밀레이 당선인은 그동안 대권 행보에서 카리나를 ‘보스(boss)’라고 부를 만큼 돈독한 신뢰를 쌓고 정신적으로도 의존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카리나를 “밀레이 당선인의 감정적 방패”라며 “밀레이 당선인을 록스타 이미지로 만들었고, 선거캠프에서 최종 판단을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밀레이 당선인과 카리나의 관계를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에 비유하는 평가도 있다. 밀레이 당선인을 비판해온 카를로스 마슬라톤 변호사는 지난해 6월 SNS 플랫폼 엑스(당시 트위터)에 “밀레이 여동생은 또 다른 전투원이다. 밀레이는 김정은이 아니다. 카리나가 김여정처럼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당시 마슬라톤 변호사는 타로 역술가인 카리나의 직업도 언급했다. 그는 “타로 역술가를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밀레이는 카리나를 ‘보스’라고 부르고 있다. 카리나가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카리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연간 100%를 넘긴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빈곤층만 40%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에서 현행 통화인 페소화 폐기 및 미 달러화 채택, 중앙은행 폐쇄, 장기매매 허용 같은 과격한 공약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 행보로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도 얻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집권 직후부터 공약들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아르헨티나 라디오 방송에서 “민간에서 가능한 모든 국영·공영기업을 민영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