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관련없는 싸움에 휘말렸다” 난민으로 전락한 레바논 성도들

입력 2023-11-21 15:27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근처에서 헤즈볼라 전사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군 진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캡처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가세하면서 전선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이·팔 전쟁으로 레바논 성도들이 자신들의 의도와 다르게 정든 곳을 떠나 이주하는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21일 이·팔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국경 지대에 있는 레바논 성도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CT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3만여명의 레바논인들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아르 지형아비 탈레브 목사는 이스라엘 북서쪽에서 1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레바논 남부의 알마 알 샤브 복음주의장로교회 성도들이 전쟁을 마주한 상황을 CT에 소개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레바논의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분쟁 지역인 셰바 농장 지역에 로켓포를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대한 대규모 폭격 작전을 진행하면서 알마 알샤브에서 동쪽으로 35마일 떨어진 헤즈볼라 진지에도 포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알 샤브 복음주의장로교회 성도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섰다. 이스라엘 국경 근처에 있는 12개의 기독교 마을 중 하나인 알마 알 샤브에는 700여명이 거주했는데 전쟁 후 현재는 20여명만 남아 있다.

탈레브 목사와 그의 가족은 지난달 9일 교회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들판에 폭탄이 떨어지자 알마 알 샤브를 떠났다. 40여명의 성도 대부분은 친척들이 있는 레바논 베이루트나 성서에 나오는 도시인 시돈이나 티레로 도망갔다.

탈레브 목사 가족은 시리아 국경 근처에서 북쪽으로 115마일 떨어진 민야라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탈레브 목사는 장로들과 매일 흩어진 양 떼의 상태를 상의하고 일주일마다 다시 알마 알 샤브를 방문하고 있다.

CT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격화되는 동안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고자 낮은 강도의 갈등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 근처에 있는 북부 마을 42곳을 대피시켰고 이로 인해 사상자는 7명의 군인과 3명의 민간인 등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CT는 “레바논에서는 70명의 헤즈볼라 전사 외에 최소 1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3만여명에 달하는 레바논인들이 난민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탈레브 목사는 “우리는 우리와 아무 관련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전쟁을 통해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