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죽을 권리?…“안락사보다 심리치료가 먼저”

입력 2023-11-21 15:16 수정 2023-11-22 18:18
게티이미지뱅크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안락사를 허용하는 유럽권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죽음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안락사 지원이 아닌 정신과 상담과 심리치료 등의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덜란드 현지 매체인 NL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유럽 국가 의회에 75세 이상 노인이 자신의 수명이 다했다고 느낄 경우 안락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이에 이 매체가 최근 네덜란드 유권자 19만75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네덜란드인 10명 중 8명(약 80%)이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자신의 임종에 관해 자기 결정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반면 ‘안락사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의견은 10명 중 1명(약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10%는 안락사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의견이 없는 경우다. 네덜란드는 오랜 논쟁 끝에 2001년 안락사를 합법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알려졌다.

디스커버리 연구소에 소속된 웨슬리 스미스 선임 연구원은 이에 안락사를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그는 최근 미국 시사 매체인 내셔널리뷰에 “네덜란드 국민, ‘완전한 삶’ 위해 안락사 지지하다”라는 제목으로 “사회가 한 번 고통에 대한 답을 죽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죽을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고통’은 끊임없이 확장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락사는 공공의 도덕성과 인간의 양심을 타락시킨다”며 “‘존엄한 죽음’이라는 위험한 유혹에 저항하지 않으면 ‘죽음의 문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일랜드 정신과 대학 대표들도 안락사를 합법화하기보단 심리·사회적인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아일랜드 왕립내과대학(RCPI·The Royal College of Physicians of Ireland)를 대표해 안락사를 반대하는 뜻을 밝힌 파르갈 투메이 박사는 “(안락사에는) 유익보다 잠재적인 피해가 더 크다”며 “정신과 서비스 및 치료의 가용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도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해 ‘웰다잉 운동’을 이어가는 모임이 있다. 2012년 의료인 시민운동가 법조인 등의 협력으로 시작된 비영리법인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사실모·회장 문시영)이다. 문시영 남서울대학교 교목실장과 서울 성북구 예닮교회 권사인 홍양희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모는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월 웰다잉연구모임 등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