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사직서 내”…이런 다툼, ‘해고 분쟁’서 가장 많다

입력 2023-11-22 00:02
게티이미지뱅크

“이럴거면 사직서 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정식으로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3년간 노동위원회가 처리한 해고 사건 중 이러한 말다툼을 둘러싸고 실제 해고가 맞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해고 존부’ 사건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처리한 해고 분쟁 사건이 1만2069건이라고 21일 밝혔다. 2021년 4246건, 지난해 4601건, 올해 1~8월 3222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중노위 관계자는 “노동위에 접수되는 사건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권리의식이 개선되면서 해고 사건도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형별로 보면 징계 정도가 적절했는지 따지는 ‘징계 해고’ 사건은 점차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2021년 30.8%, 지난해 27%, 올해 23.4%로 줄었다. 반면 해고 자체가 있었는지 여부를 다투는 ‘해고 존부’ 사건은 2021년 15.0%에서 지난해 21.5%로 비중이 커졌다. 올해 들어 25.8%를 기록하며 전체 해고 사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용자가 “사직서를 써라”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용자는 단순 훈계라고 주장하고, 근로자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분쟁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난 2월에는 “사표를 쓰라”는 사용자의 말이 해고를 의미하는 묵시적 의사표시였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운송회사의 관리팀장이 통근버스 운행 담당자인 근로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사표를 쓰라”고 말한 사건으로, 지방노동위와 원심은 모두 해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실제로 회수한 점, 근로자가 3개월 넘도록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출근 독려를 하지 않다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한 직후에야 정상근무를 촉구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 하지 않았더라도 해고가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중노위는 “이 같은 해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근로자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보고, 사용자에게 해고 의사가 있는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용자는 해고 전 징계의 정당성 등 내용 부분을 세세히 살펴보고 관련 규정에 명시된 징계절차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노동위는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분쟁으로 번지기 전 이를 중재하는 ‘직장인 고충 솔루션’ 운영을 올해 9월부터 시작했다. 이는 노동위가 올해 도입한 ‘대안적 분쟁해결제도(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에 기반한 제도다. 고충이 발생하면 노동위 심판위원이나 조정위원 등 ADR 전문가가 투입돼 사전 조정으로 해결을 우선적으로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