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영국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200여 동포를 만나 “한‧영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다시 시작해서 공급망과 교역의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런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한‧영 양국은 사이버 안보와 방위산업 등 안보 분야의 협력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 한국과 영국은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의 동반자이자 자유무역 시장으로 연결된 경제 공동체”라며 “양국의 협력 지평을 AI(인공지능)·원전·바이오·우주·반도체·청정에너지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로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영국은 오랜 세월 뿌리 깊은 협력과 연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맺었다”며 “올해는 한·영 외교 관계 수립 140주년이라서 방문의 의미가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조선과 영국은 1883년 11월 26일 조영수호통상조약을 맺었다.
윤 대통령은 22일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다우닝가 합의’를 채택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뒤면 140년이 된다”며 “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한‧영 관계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의 선교사와 언론인들이 한국에 건너와서 우리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교육과 장학사업을 펼쳤다”며 “해방 후 영국은 공산 세력의 침공에 맞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는 데에도 앞장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 북한의 불법적인 기습 남침으로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였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중 1000여명의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우뚝 일어서 기적과도 같은 압축 성장을 이뤄내는 데도 영국은 늘 함께하며 우리의 산업과 기술 인프라 구축 과정을 도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 말에 47명 규모에 불과했던 교민 사회가 지금은 약 4만명 규모로 서유럽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한인 사회를 이룬다”면서 “재영 동포들이 앞으로도 각자의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 한국과 영국을 잇는 든든한 가교가 돼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찰스 3세 국왕께서 런던의 뉴몰든 지역을 방문해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동포분들과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찰스 국왕님의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린다”고도 언급했다.
김종순 JS홀딩스 대표는 동포들을 대표해 윤 대통령을 향해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이후 영국을 방문한 첫 국빈이라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을 나타낸다”고 환영사를 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4시5분 공군 1호기 편으로 영국 런던 스텐스테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영국 왕실이 준비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에 탑승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차량은 벤틀리가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재임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단 2대만 제작했다.
런던=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