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을 찾아 “여의도의 (국회의원) 300명이 쓰는 고유의 화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일 것”이라며 “저는 5000만명 국민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대구를 방문했던 한 장관이 이번 주 대전과 울산을 연달아 찾기로 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한 장관의 총선 출마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 장관은 한국어 평가를 위한 컴퓨터 기반 평가(CBT)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최근 화법이 여의도 화법과 다르다는 말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한 장관 방문을 앞두고 CBT 대전센터 앞에는 일부 지지자들이 모여 ‘한동훈 파이팅’ 피켓을 들고 이름을 연호했다. 한 장관은 시민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저는 제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7일 대구를 시작으로 한 지방 현장 방문을 정치 행보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회 일정이 굉장히 연속되어 있었다”며 “전임 장관들에 비해 제가 현장을 방문하는 횟수는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지난 17일 대구, 이날 대전을 찾은 데 이어 24일 울산 방문을 계획 중이다. 그는 대구를 찾아 “대구 시민을 존경해 왔다”며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는 24일에는 울산 HD현대중공업과 UNIST를 찾아 조선업 외국인 인력 수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국정감사와 상임위원회 출석 등으로 미뤄졌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치권에선 사실상 출마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대구 방문 당시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며 동대구역에 몇 시간 동안 머물렀던 것을 두고 야당에선 “출마 생각에 설레었나”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금요일 밤 동대구역에 계셨던 대구시민들은 저보다 바쁘고 귀한 시간을 쓰셨을 것”이라며 “그곳에 계셨던 분들의 시간이 제시간보다 덜 귀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선의로 계신 분들에게 제가 별 것 아닌 성의를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한 장관의 지방 정책 현장 방문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한 부장검사는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것 아니겠냐”며 “본인도 이제 확실히 마음이 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도 “지방에서 내놓는 메시지들이 이미 정치인의 언어에 가깝게 보여진다”고 말했다.
임주언 박재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