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이르면 내년 2월 나올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최근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을 언급하며 총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는데 항소심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는 20일 조 전 장관의 업무방해 등 혐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은 법정에 출석하면서 “증인 채택이 재판 지연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재판받겠다”고만 밝힌 뒤 말을 아꼈다. “비법률적 명예회복이라는 게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최근 가석방으로 출소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된 공동 피고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지팡이를 짚고 부축받으며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제프리 맥도널드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출석 일정을 언급하면서 “선고 가능한 날짜를 2월 8일로 전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맥도널드 교수가 내년) 2월 1일에 출석한다면 증인신문을 한 후 같은 달 8일 판결 선고가 가능하다”며 “신문 여부를 떠나서 기본적으로는 대체 증거 방법으로 맥도널드 교수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진술서 형태로 제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4년 넘은 이 재판이 더 길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변호인은 “시간이 촉박하니 서둘러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조 전 장관 측은 딸 조민씨가 최근 출간한 책을 인용하며 자녀 입시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항변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조씨는 책에서 아버지의 청와대 근무와 관련해 ‘매일 아침 6시에 나가고 자정이 다 돼서야 들어오는 생활을 했다. 주말도 금요일도 없었다. 다른 가족 구성원과 대화, 소통도 매우 어려웠다’고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자녀 입시방해 실행행위가 이뤄질 당시 조 전 장관이 현장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라며 “배우자인 정경심 전 교수가 자녀 입시 문제를 전담하면서 조 전 장관에게 사후적으로 통지하거나 최소한의 것만 요청했던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이날 재판에는 조 전 장관의 감찰 무마 혐의 당사자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유 전 부시장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신문이 이뤄지지 못했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측은 유 전 부시장의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며 증인 신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감찰 대상자였던 사람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하는 건 재판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증인으로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날 조 전 장관 딸 조민씨에게 부정하게 장학금을 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의 최종 의견을 듣고 심리를 먼저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8일로 노 전 원장의 선고기일을 지정했는데, 조 전 장관 등 다른 피고인들의 심리가 그 전에 마무리되면 이날 선고가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조 전 장관 등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8일에 열린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