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선 넘었다’…17일 기온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2도↑

입력 2023-11-20 18:12 수정 2023-11-20 18:25
지난 15일 때 이른 폭염이 덮친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 시민들이 분수대의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7일 지구 기온이 과학자들이 설정한 ‘기후변화 한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화 시대 이전의 평균보다 기온이 2도 넘게 오른 것으로 관측 사상 처음이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의 서맨사 버제스 부국장은 19일(현지시간) 엑스 계정에 “11월 17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서 얻은 잠정 ERA5(5세대 국제 기후대기 재분석) 지구 기온은 1991∼2020년보다 1.17도 높았다”고 적었다.

버제스 부국장은 “최선의 추정치는 이날 지구 기온이 1850∼1900년(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06도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기온이 2도 넘게 올라간다면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다고 경고해왔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나아가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루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그간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온도 상승 폭이 2도를 넘었다고 판단하려면 수개월, 수년간의 기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구 기온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구가 불길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지구 온난화가 잠시나마 과학자들이 경고한 임계점을 넘어선 것으로도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회사 스트라이프 앤 버클리 어스의 기후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는 WP에 “2도를 넘은 단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읽어서도 안 되지만, 이는 2023년에 우리가 경험하는 극단적인 지구 기온 수준에 대한 놀라운 신호”라고 말했다.

지구 기온은 올해 7월, 8월, 9월, 10월에 각각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구온난화는 엘니뇨 현상의 심화로 앞으로 몇 달간 더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는 태평양에 저장된 방대한 열을 대기로 방출함으로써 날씨를 극단적으로 몰아가고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악명 높은 기후 패턴이다.

과학자들은 2023년에 기온이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6년을 넘어서고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해 중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16일 폭염 속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된 데 항의하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시위대. AP연합뉴스

WP는 “기후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경제와 정치 시스템을 전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송세영 선임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