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된 지난 6일 아침,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모니터 앞이 아닌 침대 위에 있었다. 1년 전 최종 후보에 들고도 고배를 마셨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를 단잠에서 깨운 건 휴대전화 진동이었다. “자고 있길 잘했죠. (방송을) 보고 있었으면 엄청 긴장했을걸요?”
한국인 최초의 골드 글러브 이정표를 세운 김하성이 입을 열었다. 20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 상을 받아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를 건넨 사람으론 소속팀 밥 멜빈 감독을 꼽았다. 그는 “(감독) 본인이 만난 선수 중 손에 꼽는다더라”며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잰더 보가츠 영입에서 비롯된 포지션 변경은 김하성에게 큰 도전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유격수 바라기’였지만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3루수로 나섰던 경험 덕에 유틸리티 선수라는 새 역할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포지션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며 “출전 시간이 더 중요했다”고 돌이켰다.
수비 못잖게 집중한 건 타격이었다. 첫해 0.202에서 지난해 0.251로 타율을 끌어올렸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더 강한 타구를 날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빠른 공 적응을 위해 피칭 머신 구속을 시속 160㎞로 둔 채 엄지가 부을 정도로 타격 연습에 열중했다. 비시즌 개인 코치인 최원제 코치를 만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래도 슬럼프는 피할 수 없었다. 그때마다 대선배 박찬호의 한 마디를 떠올렸다. 평생 더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는 압박 속에 운동해온 그에게 박찬호는 ‘올라간다기보다 나아간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부진할 땐 잠시 멈춰 쉰다고 여기란 뜻이었다.
미국 진출 3년째에 리그 최고 수비수 자리에 오른 김하성의 다음 목표는 타이틀 방어다. 그는 “포지션에 관계없이 골드 글러브는 항상 받고 싶다”며 “(올해) ‘반짝’으로 받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