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한 극우 성향 자유전진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53)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중앙은행 폐쇄와 미 달러화의 자국 통화 채택이다. 오랜 경제위기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지만 국내총생산(GDP) 순위 22위인 아르헨티나의 달러화 채택은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밀레이 후보는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내무부 중앙선거관리국의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91.81%인 현재 득표율 55.86%를 기록해 승리를 확정했다. 결선투표에서 밀레이 후보와 대결한 현직 경제부 장관이자 여당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51)의 득표율은 44.13%다. 밀레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9.99%로 2위에 머물렀지만 당시 1위 주자(득표율 36.78%)였던 마사 후보에게 결선에서 역전했다.
밀레이 후보는 기성 정치권에 회의를 나타낸 아르헨티나 민심 위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로 평가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 행보로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100% 이상 연간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빈곤층만 40%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에서 민심은 경제부 장관인 마사 후보보다 밀레이 후보의 과격한 정책 쪽으로 기울었다.
밀레이 후보는 대권 레이스에서 자국 통화를 현행 페소화에서 미 달러화로 바꾸고, 중앙은행 폐쇄나 장기매매 허용 같은 과격한 공약으로 지지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시장경제에서 달러화는 이미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다. 밀레이 후보는 대권 레이스에서 “달러화만이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을 끝낼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밀레이 후보가 집권하면 이미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려운 페소화는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페소화 가치는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10시 현재 3.69원으로 표시됐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1월 20일 8원대였던 페소화 가치는 46%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시간 달러화 대비 페소 가치는 달러당 350페소대로 1년 전 160페소대에서 2배 이상 상승했다. 달러화와 비교한 페소화 가치도 1년간 반토막 밑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에 대해 “정직한 국민의 물건을 훔치는 체계”라고 비난하며 ‘폐쇄’보다 더 과격한 언어로 ‘폭파’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집권 후 중앙은행 총재를 이미 아르헨티나 거시경제연구센터 교수이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연구원인 에밀리오 오캄포로 내정했다. 오캄포는 ‘달러화: 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