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81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그의 고령 리스크가 다시 집중 조명되고 있다. 민주당은 ‘가장 경험 많은 정치인’ 프레임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고령에 대한 유권자 우려는 점점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 생일을 하루 앞둔 19일 일제히 그의 고령 문제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보도하며 내년 대선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라면 81번째 생일은 씁쓸할 수 있다”며 “최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7개 경합주 유권자들은 다른 어떤 주제보다 나이를 바이든 대통령과 연관 짓는 경향이 높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주요 경합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고령이어서 부통령 후보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응답은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던 6개 경합주 유권자 71%는 “유능한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설에서 바이든 대통령 재선 도전을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백악관 참모들에게 “다음 임기를 수행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조언을 듣지 않는다면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을 그만두고 직원 스스로 사임하는 게 명예로운 행동”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히 열정적이며, 그의 경험은 복잡한 현안을 해결하는 가장 큰 자산임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론 클레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모두가 (고령이) 문제라는 건 알고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나이가 그에게 더 많은 지혜와 경험을 줬고, 우크라이나에서 그가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헤쳐 왔는지 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큰 손 후원자인 존 모건 변호사도 “그를 더 젊게 만들 수는 없다. 바이든의 하루를 이끌어가는 건 ‘지혜’”라며 “워런 버핏이 80세에 투자를 중단했다면 지난 12년 동안의 기록적인 수익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민주당과 바이든 대선 캠프 관계자 12명을 인터뷰한 결과 고령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유권자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깊은 우려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캠프는 고령이나 건강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실수를 줄이려는 조처에 집중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좁은 무대 뒤에서 대통령 동선을 안내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도 백악관 주치의가 권고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머신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으며, 행사 때 넘어지지 않도록 테니스 운동화를 신고 있다.
민주당은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실수도 부각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문 도시를 잘못 말하거나 자신의 대선 상대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고 실언한 점 등을 SNS로 퍼뜨리는 식이다. 민주당은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학적으로 비만이며, 골프 외에 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만 고령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중잣대라는 불만을 품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직이 80세 노인을 위한 직업은 아니다”며 “(다음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2025년 1월 20일 트럼프는 바이든이 임기를 시작했을 때보다 나이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계속 밀리고 있다. NBC 방송은 이날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 바이든(44%) 대통령이 트럼프(46%) 전 대통령에게 2% 포인트 뒤졌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18~34세 젊은 층 지지율이 31%로 지난 9월 조사(46%) 때보다 15% 포인트나 급락했다.
WSJ는 과거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바이든 대통령 연설 방식이 젊은 유권자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일 비칠 위험이 있다며 “내년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60살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CBS뉴스와 CNN, 폭스뉴스, 마켓대 로스쿨, 퀴니피액대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2~4% 포인트 낮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