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궁지 몰렸던 여권…“민주당 ‘청년예산’ 삭감했다” 역공

입력 2023-11-19 18:33 수정 2023-11-19 18:47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은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청년예산 약 2389억원을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홍역을 치른 여권은 청년예산 삭감을 부각시키며 민주당에 역공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문제가 있는 예산안을 바로잡는 감액이었으며 청년을 위한 실질적 예산을 확실히 챙기겠다”고 반박했다.

여야 예산안 싸움이 불길이 R&D 예산에서 청년예산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청년예산을 마구잡이로 삭감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지난 5년간 국채 400여조원을 발행해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더니, 이제는 미래세대가 받을 일자리 예산마저 대폭 깎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주당이 당파적 이익을 위해 청년을 인질로 삼은 것”이라며 “힘의 우위를 앞세운 예산 폭력의 희생자는 결국 청년이 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회 4개 상임위원회에서 청년예산 3028억원 중 약 2389억원(79%)이 민주당 주도로 감액됐다.

고용노동부가 편성한 ‘청년취업진로 및 일 경험 지원사업’, ‘공정채용문화 확산사업’과 관련한 예산 2382억1300만원 전액이 삭감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의 ‘청년정책진흥’ 예산과 보건복지부의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 예산도 각각 4억원과 2억원이 감액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이날 방미 기간 중 발생한 국내 현안들을 보고 받았으며, 청년예산 삭감을 포함한 예산안 심사 과정의 문제점들도 보고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청년예산 대폭 감액이 정부의 내년 청년 정책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야당에 끝까지 설득하고 호소하는 방법 이외에 달리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청년예산을 대하는 민주당의 도 넘은 삭감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와 청년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공당으로서의 무책임”이라며 “고민 없는 민주당의 청년 예산에 대한 인식은 최근 논란이 된 무지성 청년 세대 비하 현수막과 결코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 “내년도 예산안이 ‘대통령이 관심 있게 생각하는 예산은 줄이겠다’는 민주당의 정략과 정쟁에 휘둘려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애초 편성된 청년예산안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를 바로잡는 감액이었다고 반박했다.

최민석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청년 일 경험 지원 사업’은 기껏해야 한두 달짜리 인턴십 등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이고, 취업 기회 제공이나 장기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체험형 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앞으로도 청년을 속이고 기만하는 예산을 걷어내고, 청년과 미래를 위한 실질적 예산을 확실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이동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