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르헨티나가 향후 4년의 국정을 이끌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의 민심이 좌파 집권당의 경제장관인 세르히오 마사(51) 후보와 극우 자유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53) 의원 중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이 모인다.
현지 매체 라나시온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는 현지시간 기준 이날 오전 8시에 시작돼 오후 6시에 마감된다. 당선인은 다음 달 10일 4년 임기로 차기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난달 22일 치러진 본선 투표에서는 좌파 집권당 ‘조국을 위한 연합’의 마사 후보가 36.7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29.99%를 득표한 야당 ‘자유전진’의 밀레이 의원을 앞섰다. 그러나 1위인 마사 후보가 득표율 45%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두 후보는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마사 후보는 하원 의장, 티그레 시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노련한 정치인으로, 아르헨티나 주류 정치 이념인 페론주의 핵심 계승자로 평가받는다. 마사 후보는 감세, 서민 복지수당, 대중교통 보조금 등 지난해 경제 장관이 된 이후 추진해온 정책을 이어가고 ‘국민 통합 정부’를 이루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마사 후보는 사회 문제에 있어 밀레이 의원과 달리 진보적인 인물이다. 그는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통과된 낙태 합법화 법안을 지지하며,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외교적으로도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과의 교역 확대와 수출 다변화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의 밀레이 후보는 폭언과 욕설 등 거침없는 입담과 정제되지 않은 제스처로 지지자들의 열광을 끌어내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평가받는다. 그는 가죽 재킷을 입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제스처로 알려져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는 기성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고 비판하며 특히 기성 정치에 실망한 젊은 세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 통화(페소)를 미국 달러로 대체하자는 달러화, 중앙은행 폐쇄, 장기 매매, 국토 사유화 허용, 긴축 재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는 또한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폐지하고 총기법을 완화하며 장기 매매를 허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봤을 때는 결선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밀레이 후보가 20번 중 총 14번 조사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치안장관이 지지 선언을 한 데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 12일 TV 토론 이후 나온 발표에선 마사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나시온은 “유권자들은 ‘변화 대 연속성’, 또는 ‘키르치네르주의(좌파 포퓰리즘) 대 반(反)키르치네르주의’ 이분법 사이에서 분열을 겪고 있다”며 “또한 유권자들의 결정에서 후보자의 인성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차악’ 선택에 대한 고려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