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사용후핵연료 처리법…폐기 시 ‘정전 우려’↑

입력 2023-11-19 18:20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마련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 제정안이 벼랑 끝까지 몰렸다. 여야가 총선 체제 전환을 앞두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공산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대 국회와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 지연으로 포화가 코앞인 사용후핵연료 때문에 원전이 정지할 가능성도 커졌다. 포화가 가속화하는 2030년이면 국민이 수시로 정전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특별법 제정안은 모두 3개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2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1건을 각각 발의했다. 발의 시점은 2021년과 지난해로, 꽤 시간이 흘렀지만 논의 진척은 더디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내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법안소위를 통과해도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야 입장차가 많이 좁혀졌다는 것이다. 당초 10개였던 여야 간 쟁점은 10차례에 걸친 법안소위를 통해 2개로 줄었다. 남은 쟁점은 ‘사용후핵연료 확보 시점’과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다. 이 중 특히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부분이 저장시설 규모다. 여당은 원전 계속운전까지 고려해 사용후핵연료 저장 규모를 규정하자는 입장이고 야당은 원전 설계수명까지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원전 연장운영을 염두에 둔 여당과 탈원전을 외치는 야당의 입장차를 좁히기가 힘들다.

더욱이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산중위는 오는 22일까지 법안심사소위를 가동할 계획이지만 여야가 이때까지 남은 쟁점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도 특별법이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특별법은 내년 4월 총선 체제로 전환할 여야 관심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20대 국회가 종료한 3년 전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특별법 제정안이 자동 폐기됐었다.

국가 원로급 인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최소한 해외처럼 특별법이라도 제정하고 논의를 이어가자는 것이다. 주요 원전 보유국 중 관련 법안 마련조차 못 한 곳은 한국과 스페인 정도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9인이 참여하는 ‘방폐물 원로 포럼’은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후대에 부끄러움이 남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