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 3대’ 현대차그룹 한국 시장 독식… 점유율 격차 더 벌어졌다

입력 2023-11-19 17:22

한국 승용차 시장엔 현대자동차그룹을 견제할 경쟁자가 없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한다는 등의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런 독점적 시장 상황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올해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1년 전보다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현대차그룹의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92만3497대다. 전체 판매량(125만8089대)의 73.4%를 차지한다. 전년 같은 기간 점유율(69.2%)보다 4.2% 포인트 늘었다. 올해 승용차 구매자 4명 중 3명은 현대차그룹의 차량을 구입한 셈이다. 브랜드별 판매량 순위도 기아(42만1825대), 현대차(39만2145대), 제네시스(10만9537)가 1~3위를 싹쓸이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고급화 전략을 본격화하며 신차 출시 때마다 가격을 인상했다. 기존 모델보다 높은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더라도 높은 가격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성적표는 이런 전망을 뒤집는 결과다. 오히려 다른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리며 독점 체제를 더욱 굳힌 것이다.

올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입차 판매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1~10월 수입 승용차 판매량은 22만6602대로 1년 전(23만2034대)보다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0%다. 아직 2개월치 판매 실적이 남았지만 지난해 점유율 20.1%를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2010년 이후로 수입 승용차 점유율은 거의 매년 증가했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졌던 2016년에 전년 대비 감소(15.8%→14.6%)한 걸 제외하면 수입 승용차 역성장은 올해가 처음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고금리가 겹치면서 소비자가 고가의 수입차를 사기 부담스러워졌을 것”이라며 “제네시스를 필두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의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3사(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한국GM)도 부진했다. 업계에선 트랙스(한국GM 쉐보레)와 토레스(KG모빌리티)를 제외하면 상품성 있는 신차가 없었던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구입 주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완성차 업체가 신차를 얼마나 빨리 내놓는지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량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점유율 확대에 한몫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량은 24만9854대다. 전년 동기(17만4074대) 대비 43.5% 증가했다. 그러나 수요가 많은 5000만원대 이하 하이브리드차량 중 한국에서 시판되는 건 대부분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다.

현대차그룹의 독식 구도가 심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가격과 서비스 정책이 전체 내수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1등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다른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