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설레며 나무에 글을 새긴다” 박계현 첫 서각전

입력 2023-11-19 17:16 수정 2023-11-19 22:45
22일까지 첫 개인 서각전을 열고 있는 박계현 작가. 박 작가는 "난 오늘도 설레며 나무에 글을 새긴다"며 "앞으로도 배우는 자세로 즐기려한다"고 말했다.

‘탁탁탁탁.’

전북 전주한옥마을 천변에 있는 전주목판서화관에 들르면 어김없이 칼에 작은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4∼5명의 연수생 가운데 모범생인 박계현(70) 작가는 오늘도 나무에 글을 새기고 있다. 2018년 대장경문화학교에서 시행한 ‘전통 판각 강좌’를 수료한 박 작가는 거의 매일 서화관에 나와 정진하고 있다.

그가 16일부터 22일까지 전북 전주향교 앞 갤러리 한옥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박계현 서각작품.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150×32㎝.

박계현 서각작품. 추사 김정희의 '무량수.' 150×32㎝.

박 작가는 지난 5년간 한글자 한글자 땀흘리며 새겨온 서각과 판각 작품 9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이재 권돈인의 세한도를 비롯 소치 허련의 노송도, 김정희의 ‘무량수’ 등의 작품이 하얀 벽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또 천자문과 반야심경, 자신이 직접 쓴 좋은 글귀, 그리고 환한 가족 모습들이 전시장을 빼곡히 채웠다.

특히 작은 나무판에 옮겨진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도들은 작가의 정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계현 작가가 작은 나무판에 새긴 김홍도의 풍속화들.

박계현 작가가 작은 나무판에 새긴 신윤복의 풍속화들.

“조심스럽습니다. 처음 내딛는 발걸음에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네요”

박 작가는 “그간 어설픈 칼과 망치 놀림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함께한 시간은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다니다 정년 퇴직한 그는 어느 해 가을,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전주수목원을 찾았다가 한 서각 전시회를 보고 심쿵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취미 등을 뒤로 하며 서각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사실 박 작가는 30년 가까이 해온 보디빌딩으로 단단한 체구를 자랑한다. 전주시장배 보디빌딩 대회 등에서 수차례 1위 트로피를 받았다. 또 묵향에도 빠져 창암전국통일서화백일대전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했다. 명필 한석봉 서두문화예술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박계현 작가가 갤러리 한옥에서 관람객에게 소치 허련의 노송도 등을 새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전주완판본문화관에서 수료한 15기까지의 판각(서각) 연수생들 가운데 처음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나무에 정성 들여 새긴 글귀와 그림들을 대할 때 큰 감동이 느껴집니다. 배우고 알고 좋아하고 즐기니 행복합니다.”

‘지호락(知好樂)’ 글귀를 좋아한다는 그는 “그 뜻이 삶의 원동력이었음을 이번에 새삼 알게됐다”며 “앞으로도 배우는 자세로 즐기려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