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든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초연결사회의 도래는 선교 지형에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내 선교계에서도 전통적인 선교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되고 있다.
10년 출범한 IT 선교 콘퍼런스(ITMC)가 대표적이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ITMC는 IT 선교를 지향하는 선교 단체와 교회가 연합해 IT 선교 운동을 전략을 공유하는 행사다. 지금껏 ITMC 역대 대회에서는 ‘IT 선교’ 또는 ‘스마트 선교’의 개념을 정립하고 소개하는 데 집중해 왔다. 올해 ITMC는 ‘디지털 시대와 선교’를 주제로 현장에서 접목할 수 있는 IT 선교의 구체적인 방법과 단계별 이행안을 구축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다음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전교회(신현수 목사)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열리는 2023 ITMC에서는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전하고 이틀 동안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총 6개 트랙 18개의 선택 강의를 진행한다.
대회 개최를 앞두고 참여기관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동작구 KWMA 세미나실에서 모여 IT 선교의 현황과 전망, 이번 대회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패러다임의 변화
개신교의 선교의 시대는 18세기 후반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미국세계선교센터의 설립자인 랄프 윈터(1924~2009) 박사는 근대 이후 개신교 선교 패러다임을 3개 시대로 구분한다. 첫 번째 시대는 ‘해안선 선교’다. 서구 국가들은 증기선을 이용해 접근이 쉬운 해안가 도시들을 주된 선교 대상으로 삼았다. 열강의 식민 정책과 선교가 함께 진행된 때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앞선 시대의 선교 활동은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때부터 ‘내지 선교’ 시대가 열린다. 그동안 서구 선교사들이 거의 들어가지 않던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 내륙이 새로운 대상을 주목 받기 시작한다. 20세기부터는 지리학적 구분이 아닌 종족 단위로 선교의 초점을 맞추는 ‘미전도 종족 선교’ 시대가 도래한다. 그리고 네 번째 시대인 IT 선교의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그렇다고 미전도 종족 선교 시대가 종료했다는 뜻은 아니다. 선교계에서는 미전도 종족 선교 시대가 향후 20년은 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열방 FMnC(Frontier Mission and Computer) 대표는 “향후 20~30년간 기존의 패러다임과 IT 선교가 중첩되는 전환기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은 IT 선교 시대를 앞당기는 요인이자 주 무대다. 박 대표는 “이 새로운 시대는 인터넷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며 “해안선 선교, 내지 선교 시대에는 선교지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 이제는 이런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이라는 거룩한 땅
지난 6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엔코위)에서도 ‘디지털 세계와 선교’는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 선교 지도자들은 향후 한국 선교의 디지털화를 위해 선교교육과 훈련, 선교 행정과 사역의 디지털화를 다음 대회까지 구체화하기로 결의했다. 정용구 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 센터장은 “과거 인터넷이 보급될 당시 한국교회는 ‘중독’을 경계하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며 “이로 인해 인터넷 영역에 대한 선교적 가능성을 놓쳐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앞으로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과 AI, 메타버스의 시대는 달라야 한다. 디지털 역시 복음이 필요한 땅”이라며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 스포츠가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목에 비해 높은 인기를 누렸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IT 선교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다음세대 복음화와 선교 사명 전수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혁 선교한국 사무총장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외부적 변화를 통해 선교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며 “온라인을 무대로 청년이 선교의 주체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제가 아는 후배들은 글로벌 언어 교육 플랫폼을 통해 퇴근 후 8시부터 10시까지 선교사가 된다”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중간중간 복음적 메시지를 풀어내는데, K 컬쳐와 초연결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젊은이들이 선교적으로 선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2013년 첫 ITMC에서 ‘IT 선교사 1000명 발굴’을 외쳤던 YWAM(Youth With A Mission·예수전도단) 창립자 로렌 커닝햄 목사를 기념하는 자리로도 마련된다. 지난달 6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한 커닝햄 목사는 당시 “IT 강국인 한국이 디지털 선교를 이끌 주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청년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 선교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창훈 YWAM 간사는 “이번 대회는 10년 전 커닝햄 목사가 외쳤던 IT 선교의 비전을 확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 시대 선교의 가장 강력한 도구인 IT를 통해 사회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 나라가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