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특보가 내려진 날 잠옷만 입고 길거리를 헤매던 치매 노인에게 외투를 벗어주고 경찰이 올 때까지 보살펴준 여성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올가을 첫 한파 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7일 오전 서울 은평구에서 한 80대 남성이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길거리를 헤맸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노인이 길을 걷다 힘없이 쓰러지자 마침 주변을 지나가던 한 여성이 그를 부축해 길가에 앉히고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줬다.
여성은 따뜻한 음료수와 핫팩도 손에 쥐여줬다. 이후 경찰이 올 때까지 약 20분간 노인의 곁에 앉아 있었다. 경찰이 도착하자 이 여성은 자신의 외투도 돌려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갔다.
바쁜 출근길 발걸음을 멈추고 노인을 보살핀 여성은 직장인 김선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선씨는 “(어르신이) 몸을 많이 떨고 계셔서 일단 옷을 입혀드렸다. 너무 추우신 것 같아서 옆에 붙어 앉으면 좀 따뜻할까 봐 넘어지지 않게 붙어 앉아서 잡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이 80대 노인은 500여m 떨어진 집에서 잠옷 차림으로 나와 거리에서 혼자 헤매다 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씨 덕분에 2시간 만에 아버지를 찾은 딸은 지구대에서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따님이) 말씀하시면서 너무 우셨다. (제가) 아버님이 안전하게 가셔서 너무 다행이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르신이 만약 조금 더 (밖에 그대로) 있었다면 추위로 동사할 수도 있었다. 경찰이 올 때까지 계속 보살펴준 것에 대해 (김씨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서장 명의의 감사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