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전권을 맡게 된다면 (총선에서) 120석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겨도 역적이 될 것이다. 그런 구조하에서는 일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선거전략위원장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나’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만약 제가 그런 역할을 맡게 된다면, 전권을 맡게 된다면 저는 110석, 120석 할 자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총선에서 이같은 승리를 이끌어내더라도 ‘승리의 역적’으로 몰릴 것이라며 자리를 고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내가 당을 얼마나 사랑하고 이런 것과 관계없이 ‘승리의 역적’같은 위치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번 선거에서 제 몸 만신창이 되고 나중에 얻은 칭호가 뭐냐. 승리의 원흉 아니냐. 이런 구조하에서는 그냥 일 할 마음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2004년 치러진 제17대 총선 상황에서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탄핵 역풍을 맞아서 한나라당 의석이 거의 안 나올 것 같다 그랬을 때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이라며 “그때 121석을 석권했고 모든 언론이 ‘역시 박근혜다, 선거의 여왕이다’며 찬사를 줬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내가 110석 120석을 만든다 한들 대중은 어떻게 나오겠나”고 반문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물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이번에 저희 경기도지사 져서 굉장히 기분이 안 좋습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듣기에는 ‘우리가 원래 90석 할 정당이냐’고 느낄 수 있다’는 사회자 지적에 “민주당은 선거 망하면 70석, 80석도 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지난 3번의 선거 동안 단조감소 중”이라고 말했다.
선거에서 ‘대패’했던 경험이 다수 있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의석수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만큼 큰 패배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